잡글

유과(산자, 강정)와 엿강정(어리)

진국 2018. 6. 10. 10:07

                             김진국

1. 유과(산자, 강정)

유과는 주로 설을 쉬기 위해 만드는 대표 음식이다. 설 차례상과 세배 객을 접대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또 결혼이나 환갑 등의 의례 상이나 귀한 손님을 위한 접대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유과를 만드는 것이 필수였다. 유과는 찹쌀을 갈아서 반죽을 하여 납작한 조각으로 만들어 말려서 기름에 튀겨 바탕을 만들고 이 바탕에 조청(식혜의 액체만 졸여 진하게 만든 것)을 바른 다음 티 밥을 입힌 한국식 과자로 날씨가 서늘한 계절에만 먹을 수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유과를 만들 때 사용한 기름이 변화여 냄새가 나며 조청이 녹아 유과가 진득하게 되어 뭉쳐서 모양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유과는 재료로 좋아하는 찹쌀을 이용하고 기름에 튀겨서 부풀렸으며 여기에 단맛이 나는 조청으로 부드러운 티 밥 등의 고물(인절미나 경단 따위의 겉에 묻히거나 시루떡의 켜와 켜 사이에 뿌리는 가루로 된 재료)을 입혔으니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고 알맞게 달며 부드럽다. 조청은 설탕과는 달리 덜 달아 은근히 달고 계속 당기지는 않아 건강에도 좋다. 이렇게 유과는 만드는 과정에 정성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최상의 음식이다. 그래서 유과를 보면 그 집 며느리의 솜씨를 알 수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농가에서는 모든 재료를 집에서 조달할 수 있었으므로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돈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가. 유과(산자, 강정) 만드는 법

1) 산자(糤子)

유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찹쌀, 기름, 조청(식혜를 만들어 자루에 넣고 여과시켜 통과한 액체만 졸여 진하게 만든 것), 티 밥 등의 고물(가루로 된 음식재료)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찹쌀로 유과의 바탕을 만든다. 찹쌀을 약간의 콩을 첨가하여 물에 담가 일주일가량 불린다. 불린 찹쌀을 디딜방아나 절구를 이용해 빻는다. 빻은 찹쌀가루에 막걸리와 물을 조금 부어 전체적으로 조금 된 반죽을 한다. 그런 다음 반죽을 칼국수를 만들 때와 같이 홍두깨로 밀어 얇게 편 다음 잘라서 방바닥에 널어 3 ~ 4일 말려서 원 바탕을 만든다. 그런데 가로, 세로 7 ~ 8cm 크기로 크게 네모나게 잘라 만들면 산자(糤子)가 되고 손가락 크기로 작게 잘라 만들면 강정이 된다.
 이 원 바탕을 끓는 기름(식용유)에 튀긴다. 기름에 튀기게 되면 작은 네모 모양의 바탕이 가로, 세로 각각 두 배 이상으로 순식간에 부풀어 커진다. 이때 그냥 놓아두면 모양이 구부러지므로 숟가락 등을 이용해 모양이 편평해지도록 잡아 주어야 한다. 바탕을 건져서 기름이 빠지고 굳어지게 하루 이틀 놓아둔다.
기름의 여유가 없는 가난한 집에서는 모래를 체로 쳐서 굵은 것과 가는 것을 골라내고 중간 크기의 모래만 가마솥에 넣고 가열한다. 원 바탕을 가열된 모래 속에 넣어 일게(부풀게) 한다. 모래로 튀겨 만든 유과는 덜 튀어 조금 단단하다. 그러나 기름 냄새가 나지 않는 좋은 면이 있다.
다음은 고물을 만든다.
여러 고물 중에서 튀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기름에 튀겨 부수면 튀밥 가루(세반, 細飯)가 된다.  
기름 대신에 가마솥에 모래를 넣고 가열하여 튀길 수 있다. 가마솥의 모래가 충분히 가열되면 벼를 가열된 모래에 넣고 저으면 팝콘과 같이 튀어서 쌀 튀밥이 된다. 솥 위에서 체로 쳐서 튀밥을 건져내어 희게 잘 튄 부분만 골라서 부수면 작은 티 밥 가루((세반, 細飯)가 된다.
지금은 쌀을 뻥튀기 기계로 튀어서 부수면 작은 티 밥 가루가 된다. 다음에는 가열한 조청을 바탕에 바른다. 조청을 바른 바탕을 작게 부서진 티 밥 가루 속에 넣어 바탕 표면에 티 밥 가루를 충분히 묻혀 준다. 바탕에 바른 조청이 굳어지도록 식히면 유과가 완성된다.
유과를 잘 되게 하려면 멥쌀보다는 찹쌀을 사용하고 쌀을 물에 불릴 때 콩을 넣고 반죽할 때 막걸리를 넣어 바탕을 잘 일게 하여야 한다. 또 기름에 튀겨야 더 크게 부풀어 올라 연하고 부드럽게 되며 특히 기름에 튀기면 그 맛이 좋아지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이 넓고 크며 고물을 입힌 유과를 산자(糤子)라 하며 고물로 쌀 튀밥으로 옷을 입혀 만든 산자가 일반적이며 이를 특별히 백산자(白糤子, 박산 薄饊)라 한다.  고물로는 튀밥 외에 볶은 참깨 등을 사용하며 고물 종류에 따라 산자의 종류가 정해진다.

2) 강정(羌飣, 繭餠, 견병)

강정(羌飣, 繭餠, 견병)은 산자와 거의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찹쌀 바탕을 좁게 잘라 튀겨서 고물을 입히면 작은 둥근 막대 모양이 되는데 이것을 강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누에고치 모양이므로 견병(繭餠)이라고도 한다. 고물을 쌀 튀밥 대신에 볶은 참깨로 입힌 것을 깨강정이라 하는 등 고물의 재료에 따라 콩강정, 송화강정, 계피강정, 잣강정, 흑임자(黑荏子, 검은 참깨) 강정, 승검초(당귀) 강정(녹색) 그리고 강정의 모양에 따라 세반(細飯, 쌀 티 밥을 입힌 누에고치 모양) 강정, 방울강정(방울 모양) 등으로 나눈다.

2. 엿강정(어리)

엿 강정은  볶거나 튀긴 곡물을 조청에 버무려 모양을 낸 것으로 유과의 일종인 강정과는 다르다(보통 엿강정을 강정 羌飣, 혹은 박산 薄饊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표준어로 엿강정이다). 어리라는 명칭은 엿강정을 뜻하며 경상도에서 많이 쓴다. 일본 말로는 오꼬시(おこし, 粔籹, 거여, 粔籹는 중국에서 사용하던 명칭이 전해진 것)라고 한다. 가난한 농촌에서는 유과(산자와 강정) 같은 고급 식품을 만들 경제적 여유가 없었으므로 주로 엿강정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뻥튀기 기계가 도입되어 엿 강정은 만들기 쉽게 되고 크게 부풀어 먹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곡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엿 강정은 재료에 따라 쌀 엿강정, 콩엿 강정, 검은 콩엿 강정, 잣 엿강정, 호두엿강정, 땅콩엿강정, 깨엿 강정, 검은깨 엿강정, 강냉이(옥수수) 엿강정, 그리고 깨, 콩, 호두, 잣, 땅콩 등을 넣어 만든 엿강정 등이 있다.

가. 엿강정(어리) 만드는 법

1) 찐쌀 엿강정(찐쌀 어리)
농촌에서도 가난한 집에서는 가을이 되면 벼가 익기 전에 벌써 쌀이 떨어진다. 그래서 부족한 쌀을 보충하기 위해 찐쌀을 만든다. 찐쌀은 아직 덜 익은 벼를 수확하여 가마솥에 채반을 깔고 그 위에 넣어서 찌고는 말려서 디딜방아로 찧어서 만든다. 가마솥에 넣어 찌는 이유는 덜 익었기 때문에 그냥 말려서 디딜방아로 찧으면 부서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이 적어 방앗간에 갈 필요는 없었다. 또 농토가 많은 농가에서는 벼 수확 후에 보리농사를 짓기 위해 벼 수확 전의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먼저 거름을 논에 내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논에는 벼를 수확하기 전이라 거름을 쌓아 놓을 자리가 없다. 그래서 거름 자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곳의 벼를 조금씩 베어낸다. 이렇게 베어낸 벼를 탈곡하여 쪄서 말려 찧는다. 이렇게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찐쌀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찐쌀로 밥을 해 먹을 수도 있고 그냥 마른 찐쌀을 간식으로 먹기도 하였다.
 옛날에 뻥튀기 기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찐쌀로 엿강정을 만들었다.
모래를 체로 쳐서 굵은 것과 가는 것을 골라내고 중간 크기의 모래만 가마솥에 넣고 가열한다.
모래가 충분히 가열되면 찐쌀을 가열된 모래에 넣고 저으면 부풀어 오른다. 이것을 솥 위에서 체로 쳐 건져내면 찐쌀 티 밥이 된다. 솥 위에서 체로 치는 이유는 뜨거운 모래를 솥 속에 그대로 떨어지게 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뜨거운 모래를 옮기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찐쌀 티 밥을 가열하여 녹인 조청(식혜의 액체만 졸여 진하게 만든 것)으로 버무려 큰 판위에 고르게 편 다음 알맞은 크기의 사각 막대를 자 대신에 대고 칼로 잘라 식혀 굳히면 찐쌀 엿강정(어리)이 된다.
찐쌀로 엿강정을 만드는 이유는 찐쌀을 가열된 모래로 튀기면 뻥튀기 기계로 만든 튀밥보다는 덜 튀어 크기는 작지만 쌀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므로 엿강정을 만들 수 있다.

2) 쌀 엿강정(쌀 어리)
뻥튀기 기계로 백미를 튀긴 쌀 튀밥을 가열하여 녹인 조청을 버무려 큰 판 위에 고르게 편 다음 알맞은 크기의 사각 막대를 자로 사용하여 칼로 잘라 식혀 굳히면 쌀 엿강정(어리)이 된다.
현미를  뻥튀기 기계로 튀우면 작게 튀고(부풀어 오르고) 고소한 맛도 더 있다. 그런데 현미의 껍질 부분은 튀지 않고 갈라지므로 옥수수 뻥튀기와 같이 얼룩이 생긴다.
그런데  기계로 백미를 뻥 튀긴 튀밥으로 엿강정(어리)을 만들면 크게 튀어서 보기도 좋고 색깔도 희며 부드러워 입에 들어가면 바로 녹는다.
그러나 씹는 감각이 적고 덜 달아 싱겁다.
이와는 달리 데운 모래로 튀긴 찐쌀 튀밥으로 만든 엿강정(어리)은 상대적으로 작게 튀고 고르게 튀지 않아 조금 여물다. 알갱이가 단단하여 씹는 감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좋을 수 있으며 엿강정(어리)을 이루는 알갱이가 작아 조청이 많이 들어 있어 더 달기도 하다.

3) 콩 엿강정(콩 어리)
콩을 튀겨서 열로 녹인 조청으로 버무려 판에 고르게 펴고는 칼로 잘라 식혀 굳히면 콩 엿강정(어리)이 된다. 콩을 가정에서 튀기면 단단해  먹기가 좋지 않다. 뻥튀기로 콩을 튀겨 만든 콩 엿강정(어리)이 일품이다.

4) 참깨, 들깨, 율무 엿강정(어리)

 참깨, 들깨, 율무를 볶아서 열로 녹인 조청에 버무려 판에 고르게 펴고는 칼로 잘라 식혀 굳히면 참깨, 들깨, 율무 엿강정(어리)이 된다.
참깨 엿강정(어리)은 맛이 뛰어나지만 참깨가 귀하므로 많이 만들 수 없고 들깨 엿강정(어리)은 건강에 좋지만 특이한 맛과 냄새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적다. 이들 엿강정(어리)은 알갱이가 작아 조청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좀 단단하다.

3. 뻥튀기 기계(Puffing gun, puffing machine)

뻥튀기 기계는 1901년 미국 미네소타주 알렉산더 앤더슨(Alexander Pierce Anderson, 1862 ~ 1943) 박사가 수분을 가진 녹말 결정에서 자유수(free water)를 제거하는 실험을 하다가 곡물과 온도와의 관계를 조사하여 시리얼(cereal, 곡물을 가공하여 만든 즉석식품)을 만들기 위해 발명했다. 시리얼 기계로 발명하여 세계 박람회에 출품했는데 여러 나라에서 도입해 갔다. 일본도 도입해서 사용했으며 우리나라는 일본을 거쳐 1932년에 도입되었다. 해방 후 일본 제품, 미국 제품, 그리고 한국에서 수많이 제작되어 널리 사용되었다. 현재도 시골 장터에서 뻥튀기 기계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간혹 길거리에서 뻥튀기 기계가 사용되어 한국에서와 같은 풍경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뻥튀기 기계는 고르게 가열할 수 있도록 돌릴 수 있게 제작된 둥근 용기(미리 가열함)에 쌀을 넣고 뚜껑을 밀폐시켜 가열하면 용기 속의 압력이 점점 올라가게 되는데 부착된 압력계로 압력을 가름하여 뚜껑을 갑자기 열면 밖의 공기는 압력이 낮고 용기 내의 압력은 높아 용기 내의 공기와 쌀이 갑자기 팽창하는 폭발이 일어나게 됨에 따라 쌀이 수 배로 부풀게 된다. 이때 쌀의 수분이 수증기로 배출되어 뿌연 김으로 피어오르며 펑 하는 폭발 소리가 매우 크다. 그리고 기계의 입구로 튀어나오는 튀밥을 철망으로 된 자루로 받아내는 것이다.
팝콘 기계(popcorn machine)는 낱알이 열을 받아 압력이 높아지면 부풀어 터지는데 열을 고르게 받지 않아 압력이 먼저 강해진 부분의 껍질에서 파열되어 크게 벌어지고 압력이 강해진 부분에서만 부풀어 조금만 부풀게 되지만 뻥튀기 기계(puffing gun)는 열을 고리게 가하여 높은 압력의 쌀, 옥수수 알갱이 등을 동시에 같은 조건에서 압력을 낮추어 주므로 고르게 모두 부풀어 올라 크게 부풀고 모든 표면이 수많이 미세하게 고르게 분리되어 파괴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쌀을 튀긴 것을 튀밥 또는 팽화미(膨化米, Puffed rice)라 한다. 쌀뿐만 아니라 가래떡, 옥수수, 콩 등도 뻥튀기 기계로 튀겼다.
그런데 뻥튀기 기계가 발명된 초기의 미국에서는 튀밥(Puffed rice)을  '총으로 쏜 음식(Food Shot From Guns)'이라고 이름이 붙여지고 인기도 있었으나 시리얼 제조법으로는 곡물을 압착하여 만드는 방법이 일반화되었으므로 곡물을 그대로 튀기는 뻥튀기 기계는 시리얼 기계로는 별로 인기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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