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봄에 노란 꽃을 피우는 유채(油菜, 평지, Rapeseed)를 보았을 것이다. 유채라는 종명은 기름을 짤 수 있는 채소라는 의미이다. 지중해 원산이고 쌍떡잎식물, 양귀비 목, 십자화 과, 배추 속(Brassica)에 속하며 학명은 Brassica campestris subsp. napus var. nippo-oleifera MAKINO이다.
유채는 옛날에 야생의 배추 종과 야생의 양배추 종이 자연교잡으로 생성된 종이다.
2년생 초본으로 키는 80 ∼ 130㎝, 줄기는 표면이 매끄럽고, 원줄기에서 15개 내외의 가지가 갈라지고 기지에서 다시 2∼4개의 작은 가지가 생긴다.
잎은 피침형(披針形, 창끝 모양)으로 선단이 둔하며, 아랫잎은 긴 잎자루가 있지만 윗 잎에는 잎자루가 없다.
꽃은 4~5 월에 황색으로 피며 총상 화서(總狀花序, raceme)이고 꽃대를 가진 완전화(complete flower, 꽃받침, 화관, 수술, 암술의 전부를 갖춘꽃)이다. 꽃잎과 꽃받침은 4개씩이고 수술은 6개, 암술은 1개이며 자가 불임성이 높다.
열매는 뿔 열매(角果)로 원주상(圓柱狀)이다.
유채 씨에서 짠 기름을 유채씨유나 채종유(채소종자에서 짠 기름, 유채씨유), 평지씨유(rape seed oil)라 한다.
유채씨유(rape seed oil)는 이상적인 식용유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10% 이하로 식용유 가운데 가장 낮고, 심장병을 일으키는 중성지방의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은 90%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식물성 기름 가운데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균형이 가장 안정적인 기름이다. 오메가 3와 오메가 6 모두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이지만, 현대인에게는 오메가 6의 과다 섭취가 문제다. 오메가 6은 세포막을 딱딱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다 섭취 시엔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고혈압, 뇌졸중, 골다공증 등의 질병의 원인이 된다. 반대로 오메가 3은 세포막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메가 3과 오메가 6의 균형은 좋은 기름의 필수조건이다. WHO에서 권장하는 오메가 6과 오메가 3의 적정비율은 4:1이다. 그러나 대두유나 옥배유(옥수수기름), 포도씨유 등에는 오메가 6의 함량이 80% 내외이다. 반면 유채씨유는 오메가 6과 오메가 3의 비율이 2:1로 균형 잡혀 있다.
더욱이 올레인산의 함량도 60% 이상이다.
올리브유를 사용한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 식단, 장수 식단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올리브유의 소비가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 올리브유의 핵심이 바로 올레인산이다.
올레인산이 노화방지와 암, 고혈압 예방 등에 효과적이기 때문인데, 유채유에는 올리브유 못지않게 풍부한 올레인산이 함유되어 있다.
이렇게 유채유는 식물성 기름으로는 더없이 완벽한 식용유처럼 보였다.
유채 씨로 만든 유채유에는 에루스산(에루크산, erucic acid)이 20~54%가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근대에 이르러 에루스산을 과다 섭취할 경우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으로 밝혀져 유채씨유는 1956년에 식용이 금지되었다(호주와 뉴질랜드 에루스산의 일일 섭취 허용량(PTDI, Provisional Tolerable Daily Intake) 500 mg).
그리고 유채유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쓴맛을 낸다. 그래서 동물이 싫어하여 먹지 않는다. 이런 작용을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이라 한다.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 성분은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쓴맛이 있어 비호감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카놀라유도 유채 씨를 이용한 기름이므로 유채 씨유(채종유, 평지씨유)이다. 영어로는 Rapeseed oil이다.
그런데 요사이 유채씨 기름을 유채유라고 하기보다 카놀라유(Canola, Canadian Oil + Low acid)라고 하며 식용유로서 매우 인기가 높다.
카놀라(Canola)의 정식 명칭은 Canadian low erucic acid, low glucosinolat rapeseed로 캐나다에서 개발한 에루스산과 글루코시놀레이트의 함량을 낮춘 유채 씨'가 된다. 캐나다 정부에서 전통적인 교잡 방법으로 에루스산의 함량을 인체에 무해하도록 낮춘 품종으로 개량하고(1978), 여기에 수확량까지 높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방법(GMO)으로 제초제에 대한 내성까지 갖춘 유채 품종인 카놀라를 만들었다(1990년대).
새 품종의 유채기름을 시장에 출시하여 유채의 영어 이름인 rapeseed를 쓰기엔 너무나 흉측했다(rape, 강간). 그래서 카놀라(canola, Canadian Oil + Low acid)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기름 자체만 놓고 보면 유채씨유는 이상적인 식용유이다.
식물성 기름으로는 더없이 완벽한 유채씨유, 하지만 GMO에 대한 불신과 걱정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독일에서는 캐나다와는 달리 유채 품종을 GMO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에루스산과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 성분의 함량을 낮춘 품종을 개발하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식용유는 용매추출방식으로 분리해 낸다(추출의 예. 모래와 소금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소금을 분리해 내는 방법은 이들에 모래는 녹이지 않고 소금만 녹이는 물을 넣으면 소금만 물에 녹게 되므로 이를 거름종이로 거르면 모래와 소금물이 분리된다. 다시 소금물에서 물을 증발시키면 소금을 분리해 낼 수 있다.).
이렇게 얻은 기름을 여과하여 중화시키고 다시 탈색, 탈취하여 기름 성분 이외는 모두 제거하고 오직 기름 성분과 일부 덜 휘발된 추출용매(normal hexane)만 남아있다.
그리고 탈취, 탈색되고 남은 물질들이 허용범위 내의 양만큼 남아있는 것이다. 맛, 냄새뿐만 아니라 기름이 아닌 다양한 영양분 등은 모두 제거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한 기름에는 핵산(DNA, RNA)이나 단백질 성분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유전자 변형 유채 씨(GMO)를 원료로 사용해도 GMO 성분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식물종자에 용매를 사용하여 기름을 추출하면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생성된다(정제 과정에서 독성물질인 hydroxynonenal이 생성)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소규모로 식물 종자를 고온으로 볶아서 기름을 짜서 파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고소한 맛과 기름을 많이 짜내기 위해서 고온으로 볶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온으로 볶아서 짤 경우에는 트랜스 지방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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