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날줄(longitude, 경사, 세로줄)과 씨줄(latitude, 위사, 가로줄)

진국 2016. 8. 17. 13:16

날줄과 씨줄

                                                                  김진국

 날줄(경, 經, longitude, warp, 세로줄)과 씨줄(위, 緯, latitude, woof, 가로 줄)은 베 짜기에서 유래한다.
 베 짜기에서 베를 짜기 전에 베틀에 여러 가닥의 실을 길게 길이(length)로 늘어놓은 것을 날실(날줄, 經絲, 경사, 세로줄)이라 한다. 베 짜기에서는 날줄을 준비하여 베틀에 거는 것이 기본이 된다. 베 한 필(疋, roll, 피륙을 세는 단위)의 길이(length)와 폭(width)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베틀에 여러 개의 날줄을 늘어놓고, 이 날줄을 가로질러 하나씩 서로 바꾸어 실꾸리가 들어 있는 북(shuttle)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베를 짜는 것이다. 이때 북(shuttle) 속에 있는 실이 풀려나가 날줄을 엮어 가는데 이렇게 엮어가는 실을 씨실(씨줄, 緯絲, 위사, 가로줄)이라 한다. 씨줄이 엮은 너비(width)를 폭이라 한다.
 실제 베를 짜기 위해서는 먼저 마당에 베 한필의 길이를 만들 수 있는 거리의 양쪽에 봉을 세워놓고 여기에 실을 감는데 이를 날실을 나른다고 한다. 계획한 날실 수만큼 날라서 끝을 자르면 한 필의 베를 만들 수 있는 한단의 날줄이 된다. 베틀에 날줄을 올리기 전에 벌써 베의 길이와 폭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한단의 날줄을 베틀에 거는 것이다. 베 짜기는 베틀에 늘어선 날줄들을 종광(綜絖, 잉아, heald, heddle, 날실을 아래위로 벌려서 씨실이 투입되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장치)으로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번갈아서 벌리게 하고 그 사이를 씨실 꾸리를 넣은 북(shuttle)을 지나가게 하여 씨실로 날실을 한번 엮고 바디를 쳐서 씨실을 제자리에 밀어 넣은 다음 종광을 이용하여 다시 날줄들을 위로 올렸던 것은 아래로, 아래로 내렸던 것은 위로 바꾸고 북(shuttle)을 다시 그 사이를 지나게 하고 바디를 쳐서 씨실을 제자리에 밀어 넣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씨실로 날실을 엮어가는 것이다.
 베 짜기의 기본에서는 날줄(경)을 준비하여 베틀에 거는 것이 씨줄(위)로 날줄을 엮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날줄은 전문가가 한 번만 잘 걸면 되지만 베 짜기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시간은 씨줄로 날줄을 엮는 것이고 이때에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른다.
 일반적인 생활에서 보통 세로로 달리는 줄을 날줄(경)이라 하고 가로로 달리는 줄을 씨줄(위)이라 한다. 지구와 같이 위치가 고정된 것은 쉽게 이것이 적용되어 세로줄은 경도, 가로줄  위도가 되지만 베 조각과 같이, 돌리면 가로 세로가 달라지는 것은 처음 짤 때 긴 쪽 방향을 세로(날줄, 경, 經, longitude, warp, 세로줄)라 하고 너비에 해당하는 좁은 쪽 방향을 가로(씨줄, 위, 緯, latitude, woof, 가로 줄)라 한다.
 한지와 같이 종이 재질에 차이가 있다면 종이를 구성하는 알맹이(water mark)가 긴 쪽 방향이 세로, 알맹이가 좁은 쪽이 가로가 된다.
 재질에 차이가 없는 유리나 종이와 같은 것은 가로 세로의 방향을 정하기가 어렵다. 이런 것은 사용하는 방향에 의해 가로 세로가 결정된다. 넓이와 길이에 관계없이 현재 사용 중인 종이의 위와 아래를 있는 선이 세로이고 왼쪽과 오른쪽을 있는 선이 가로이다.

어원

 날줄 경(經) 자의 어원은 물줄기 경(巠)에서 시작한다.
경(巠) 자는 현재 '물줄기 경(巠)'자로 읽히고 있는데 갑골문의 巠(경, 갑골문자) 자와 물줄기 경(巠) 자는 같은 글자이므로 巠(경, 갑골문자) 자도 물줄기 경(巠)으로 중국에서는 읽혀 왔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갑골문의 巠(경, 갑골문자) 자는 짚신을 삼거나, 가마니, 옷감 등을 짤 때 쓰는 도구(틀)를 나타내는 글자로 밝혀졌다.
巠(경, 갑골문자) 자를 보면 위쪽에서 아래로 늘어놓은 날줄을 강조한 베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물줄기 경(巠) 자를 ‘베틀의 모습’이라고 밝혀낸 사람은 스웨덴의 칼그렌(Bernhard Karlgren, 1889 ~ 1978)이라는 중국학의 상형문자 학자이다. 칼그렌(Bernhard Karlgren)이 경(巠) 자를 갑골문에서 '베틀의 모습'이라는 것으로 밝혀내기까지 2,000여 년 동안 중국에서도 '물줄기'로 잘못 알아왔던 것이다.
 經(경, 날줄 경) 자는 원래 巠(경, 날줄 경) 자 자체가 베틀의 날줄을 나타내는 글자였지만, 물줄기 경, 지날 경, 다스릴 경(巠) 자 등으로만 쓰이게 되자 원래의 날줄 경(巠) 자에 실 사(糸) 자를 더해 다시 베틀의 날줄(날줄 경, 經)을 나타낸 글자가 되었다. 지금은 날줄 경, 지날 경, 다스릴 경. 책 경(經) 자로 쓰인다.
 緯(씨줄 위) 자의 어원은 韋(가죽 위, 갑골문자)에서 시작한다.
(韋, 가죽 위, 갑골문자) 자는 아래위에 2개의 발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모습으로, 지금의(몸을 휘감는) 가죽 위(韋) 자가 되었다.
緯(씨줄 위) 자는 韋(가죽 위)에 糸(실 사) 자를 더해 만든 지금의 '씨줄 위(緯) 자가 되었다.

날줄 경(經) 자와 씨줄 위(緯) 자의 성어

 옛글을 보면 나라를 경영하는 것을 베 짜기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나라를 경영함에 있어 날실을 거는 것은 제도나 법령을 만들고 교육 등으로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라의 근본, 기틀을 세우는 것이다. 씨실로 엮어나가는 것은 제도나 법령을 잘 시행하여 백성들이 열심히 생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경천위지'(經天緯地)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보통 하늘과 땅을 다스려 온 천하를 다스린다(얻는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경천위지의 경(經)은 날줄, 위(緯)는 씨줄을 뜻한다.  
 그리고 일이 진행되어 온 과정을 의미하는 경위(經緯, 전말)도 날줄(경)과ᆞ 씨줄(위) 즉 베 짜기에서 온 말로 경위서(經緯書) 등으로 쓰인다.
이와는 달리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을 의미하는 경위(涇渭, 涇 통할 경, 渭 강이름 위)는 중국의 징수이강(涇水江 경수강, 황허강 黃河江의 지류)의 강물은 흐리고 웨이수이강(渭水江, 황허강 黃河江의 지류)의 강물은 맑아 뚜렷이 구별된다는 데에서 나온 말로 경위분명(涇渭分明)으로 쓰인다. 그런데 건륭제 때 실제로 확인해보니 징수이강이 맑고 웨이수이강이 흐렸다고 한다.
 베 짜기의 기본에서는 날줄(경)을 거는 것이 씨줄(위)로 엮는 것보다는 더 중요하다. 베의 길이(필)와 폭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줄 위(緯) 자보다 날줄 경(經) 자가 고사성어에 더 많이 쓰인다.
 경제(經濟)란 말은 경국 제민(經國濟民)에서 왔는데 고대인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베를 짜는 것으로 비유했다. 베를 짜는 것이 경국(經國),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는 것이 제민(濟民)의 원 뜻이다.
나라를 베 짜듯이 법령을 정비하고 예를 확립하여 잘 다스리며 민생고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제(救濟)하는 것이 경국 제민(經國濟民) 즉 경제의 원 뜻이다.
 그러나 속어(俗語)에서는 씨줄에 관계되는 용어가 더 많다. 베 짜기의 대부분의 시간이 북을 왕복시켜 설치된 날줄에 씨줄로 엮는 것이므로 노동의 애환이 많이 숨겨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호의를 바라며 대화를 이어갈 때 상대방이 완고하여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씨가 먹히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 말도 베를 짜는 중에서 나온 말이다. 베를 짤 때 베틀에 늘어선 날줄들을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번갈아서 벌리게 하고 그 사이를 씨실 꾸리를 넣은 북(shuttle)을 지나게 한 다음  바디를 쳐서 씨실을 제자리에 밀어 넣는데 날실 사이의 간격이 좁거나 씨실이 너무 굵으면 바디를 쳐도 씨실이 제자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를 두고 ‘씨가 먹히지 않는다.’라고 한다.
 사람 개개인이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에 유의하여 체력을 다지고 사회성을 기르며 열심히 공부하여 개인의 능력을 길러 자기의 역할을 차지하는 것을 날줄이라 하겠다. 날줄에 씨줄로 베를 짜듯이 자기 역할을 날마다 열심히 긍정적으로 성심성의를 다하여 노력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베 짜기에서 날줄에 맞추어 씨줄로 조화롭게 짜지 않으면 뒤 엉키듯이 자기의 능력이나 권력을 과시하여 제도나 법령, 예의, 도덕을 무시하고 제 욕심만 챙긴다면 생활이 엉망진창이 된다. 날줄과 씨줄의 조화로움 속에서 아름다운 비단이 짜지듯 조화롭게 살다 보면 아름다운 인생이 될 것이다.

* 베 1 필(疋)의 폭(幅, 너비)과 길이

옛날에는 옷감을 재는 단위로 마(碼, 야드, yard)와 자(尺, 척), 치(寸, 촌)를 사용했다.
1마(碼)는 1야드(yard)로 0.9144m이고 1자(尺, 척)는 30.3cm, 1치(寸, 촌)는 3.03cm이며 옷감을 재는 자의 크기는 1 마였다.
옛날부터 베의 폭(幅, 너비, width)은 일정한 규격이 있었는데, 조선시대 이전에는 폭이 약 50cm, 조선시대에는 약 36cm였다.
근대의 베폭은 30cm ~ 40cm였다.
80올의 경사(經絲, warp, 날실, 세로 실)를 1새(승, 昇)라 하고 올의 굵기와 폭의 넓이에 따라 새(승, 昇) 수가 다른데 보통 베의 폭은 6 새 500올 정도이다.
한 필(疋, piece)의 길이는 과거에는 42자(尺, 척, =12.7m)가 주를 이루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40자(尺, 척, =12.1m)가 주를 이루고 30자(尺, 척,=9.1m ), 36자(尺, 척=10.9m), 38자(尺, 척, =11.5m), 40자(尺, 척, =12.1m) 등으로 그 길이가 약간씩 다르게 사용한다.
오늘날의 베도 수직으로 직조하며 1필(疋, piece)은 폭이 2자(1자=30.3cm)=60.6cm, 길이 6자(1자=30.3cm)=1.82m을 기본 단위로 한다.

날줄과 씨줄.hwp





날줄과 씨줄.hwp
0.05MB

'잡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DT와 환경운동  (0) 2017.08.03
카메라 조작법과 작동원리  (0) 2017.03.16
단술(감주,甘酒), 식혜(食醯), 조청(造淸), 엿, 식해(食醢)  (0) 2015.03.25
라면  (0) 2014.07.02
봇물 싸움  (0) 201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