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술(감주, 甘酒), 식혜(食醯), 조청(造淸), 엿(飴, 이), 식해(食醢)
김진국
단술(甘酒, 감주, 식혜)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음료이다.
단술(甘酒, 감주, 식혜)을 만드는 과정은 먼저 쌀이나 찹쌀을 쪄서 고두밥(된밥)을 만든 다음 엿기름(보리를 싹 내어 말린 것-맥아, 麥芽, 아밀레이스라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음)을 분쇄하여 가루로 만들어 물에 녹인 엿기름 물에 넣어 60℃정도에서 10시간 정도 놓아두면 밥 속의 녹말이 아밀레이스(녹말을 엿당으로 분해시키는 효소)에 의해서 발효되어 엿당(맥아당)으로 변하여 물에 녹아 나온다. 이때 밥에 있던 셀룰로오스, 단백질, 지방 등은 그대로 밥찌꺼기로 남는다.
이 밥찌꺼기를 건져내고 남은 진한 액에 새로운 밥알을 넣어 가열하여 만든 것이 단술(감주, 식혜)이다. 결국 단술(감주, 식혜)은 엿당 물에 밥알을 띄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청(造淸, 묽게 고아서 굳지 아니한 엿)은 단술(감주)을 만든 다음 단술(감주)에서 밥찌꺼기를 걸러서 제거하고 남은 진한 액을 솥에 넣고 가열하면 물이 증발되므로 죽 같이 진하게 되는데 이를 조청이라 한다. 조청의 주성분은 엿당(맥아당)이지만 밥이 발효될 때 물에 녹아내린 성분이 많이 있으므로 다양한 영양성분이 많이 섞여있다. 조청은 갈변으로 노란색, 약간 붉은색을 띤다. 쌀로 만든 조청은 색이 연하지만 다른 곡식으로 만든 조청은 색이 진하다. 그러나 공장에서 옥수수, 감자 등의 녹말을 산으로 분해하거나(산화 당류, 포도당, 맥아당, 덱스트린 등) 효소로 대량 발효시켜 만든 엿당(효소 당류, 맥아당, 덱스트린)을 물엿(맥아당, 덱스트린)이라 하는데 정제하여 맑고 투명하며 낮은 온도에서 공정이 진행되어 갈변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색이 없다.
이 조청을 솥에 넣고 가열하여 물을 더욱 증발시켜서 식히면 단단한 강엿(엿 - 곡식을 엿기름으로 삭힌 뒤에 자루에 넣어 짜낸 국물을 고아서 굳힌 음식)이 된다. 강엿은 조청보다 색이 더욱 진하게 된다.
강엿을 가열하여 온도를 높이면 녹게 되는데 녹은 강엿을 두 사람이 양쪽을 잡고 늘였다가 합치고 다시 늘였다가 합치기를 계속하면 엿 속에 공기가 들어가 색도 희고 입에 넣고 이빨로 깨물었을 때 이빨이 부러지지 않는 우리가 가계에서 사서 먹는 일반 가래엿이 되는 것이다.
지방에 따라 감주(甘酒, 단술)와 식혜(食醯)를 구별하여 부른다. 어떤 지방에서는 위에 제조법으로 만든 것을 단술 혹은 감주라 하고, 이 단술에서 밥알만을 건져 맹물에 살짝 헹구어 놓고 나머지 액체를 생강, 설탕, 꿀, 무와 고춧가루(안동식혜) 등으로 감미를 조절하고 그 위에 밥알을 띄운 것을 식혜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감주(甘酒, 단술)와 식혜(食醯)를 같은 것이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이 둘은 다른 것이었다. 옛날의 식혜(食醯)가 요사이 말하는 감주(甘酒, 단술)이고 옛날의 감주(甘酒)는 말 그대로 단술, 술(酒)이라는 것이다. 감주(甘酒)는 알코올 발효가 불완전하게 일어난 것으로 알코올 성분이 적고 단맛이 강한 술의 한 종류라는 것이다.
술을 담그는 데 이용하는 누룩에는 녹말을 엿당으로 변화시키는 곰팡이(아밀레이스를 생성)와 엿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곰팡이(효모)가 모두 들어 있다.
술을 담그는 과정을 보면 쌀이나 찹쌀을 쪄서 누룩을 넣어 버무리고 물을 부어 묽게 하여 따뜻한 곳에 열흘 정도 놓아두면 먼저 누룩 속의 곰팡이가 생성하는 아밀레이스에 의해 밥 속의 녹말이 엿당으로 변하고 생성된 엿당이 효모의 작용으로 알코올로 변화됨에 따라 점점 술로 되어간다.
그런데 단술(감주) 발효과정은 쌀이나 찹쌀을 쪄서 누룩을 넣어 버무리고 물을 부어 묽게 하여 솥에 넣어 술을 담그면 먼저 녹말이 변화되어 엿당이 생성되고 이어서 당이 술로 발효되므로 술을 담근 1-2일 후에 거르면 엿당은 많이 생성되었지만 생성된 엿당은 별로 알코올로 변화되지 않은 상태, 즉, 알코올 성분은 적고 단맛이 강한 약한 술이 되는데 이것을 감주(甘酒, 단술)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식혜(食醯)는 쌀이나 찹쌀을 쪄서 만든 밥의 녹말이 엿기름(보리 싹을 말린 것, 아밀레이스)에 의해 엿당만 생성되고 알코올 발효는 일어나지 않은 음료이다. 그 점에서 감주(甘酒, 단술)와는 다른 것이다.
현대에는 옛날식 감주(甘酒, 단술)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없으므로 옛날의 식혜(食醯)를 감주, 단술, 식혜로 혼돈해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옛날의 식혜(食醯)를 감주(단술)라 하고 식혜(食醯)는 감주에 다른 물질(생강, 설탕, 꿀, 무와 고춧가루)을 첨가한 것이라고 구별한다.
그런데 상업적인 감주(甘酒, 단술)가 식혜(食醯)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됨에 따라 감주, 단술, 식혜는 같은 말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상업적 식혜(食醯)는 매우 달게 하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여 밥알을 띄워 놓은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서 전통 감주나 식혜와 다른 것이다. 전통적인 감주, 단술, 식혜의 액체에는 녹말이 엿기름(보리 싹을 말린 것, 아밀레이스)에 의해 발효되어 생성된 엿당(맥아당)과 발효되지 않은 많은 영양소가 녹아 있어 은근한 단맛을 내지만 상업적 식혜는 설탕이 단맛을 내기 때문에 매우 달다. 현대 사람들은 단 것을 좋아하므로 상업적 식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상업적 식혜도 변화되어 맞춘 것도 있다.
식혜(食醯, 醯-초 혜)와 식해(食醢, 醢-젓갈 해)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영양소 중에서 녹말과 단백질은 맛을 내지 못하며 당, 지방, 아미노산, 핵산이 맛을 내는 것이다. 식품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녹말은 당으로 분해하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야 한다. 녹말을 엿기름(아밀레이스)을 이용하여 엿당으로 만들면 단맛을 생성하여 맛을 증진시키고 농도를 증가시킨다. 단백질을 미생물로 발효시키면 아미노산이 생성되고 농도도 증가된다.
그리고 식품을 오래 동안 저장하는 방법으로는 냉장, 건조, 훈제, 농도를 진하게 함으로써 미생물이 생장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식품의 농도가 진해지면 삼투압이 높아지므로 미생물의 몸체에서 밖으로 물이 빠져나감으로써 죽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장하는 방법으로는 염장법과 설탕에 재는 방법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물고기를 저장하는 방법으로는 물고기를 건조하거나, 염장하거나 훈제를 할 수 있다.
물고기를 적은 양의 소금으로 염장을 하여두면 일부 종의 미생물이 번식하여 발효가 일어남에 따라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생성된다. 이렇게 만든 것을 젓갈이다. 젓갈은 맛도 있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젓갈을 의미하는 식해(食醢)는 곡식의 식(食) 자와 어육으로 담근 젓갈 해(醢) 자를 합친 말로 중국, 한국, 일본 등의 음식이다.
식해(食醢)는 동남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타이, 미얀마, 라오스의 강에서는 생선이 많이 잡히지만 보관에 어려움이 있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소금이 귀해 염장하여 보관을 할 수 없었고 우기가 길어 생선을 말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금을 조금 넣고 비교적 흔했던 쌀을 넣어 숙성시키는 형태의 생선 보관법이 발달했다. 소금과 곡식을 함께 넣고 숙성시키면 곡식의 전분이 분해되면서 유산이 생기는데, 이 유산이 생선의 부패를 막아주고 일부 아미노산도 생성되어 독특한 맛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식해(食醢)는 2세기 초엽의 중국 문헌에 처음 문서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조선 중엽부터인데, 이보다는 더 이전부터 식해(食醢)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내에서 식해(食醢)를 담가 먹는 지역은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등으로 모두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로 인한 염전이 발달해 해산물을 주로 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활용해 염장(鹽藏) 보관(保管) 할 수 있었지만 동해안은 소금이 귀했기 때문에 소금과 곡식을 섞은 저장법인 식해(食醢)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사용하던 생선은 조금씩 달랐는데, 주로 명태, 가자미, 도루묵 등이 사용됐다. 황해도의 연안에서는 대합을 사용에 식해(食醢)를 만들기도 했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식해(食醢)를 만드는 방법은 밥을 지어 고춧가루로 버무리고 여기에 손질한 뒤 소금에 절인 생선과 절인 무, 파,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와 엿기름 물을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숙성시키는 것이다.
생선과 곡물을 약간의 소금으로 염장하여 발효를 시킨 것을 식해(食醢)라 한다면 곡물을 엿기름으로 단시간에 발효시킨 것을 식혜(食醯)라 할 수 있다.
식혜(食醯)는 식해(食醢)에서 유래하여 변형된 음식이라고 보기도 한다. 식해가 생선, 곡물, 소금, 향신료(고춧가루)의 조합에서 생선, 곡물, 엿기름, 향신료로, 다시 곡물, 엿기름의 조합으로 분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변천 과정에 있는 음식이 안동식혜다. 안동식혜는 식해(食醢)의 조리법에서 생선이 빠졌을 뿐 기본적으로 사용되던 생강이나 무, 고춧가루 등이 사용되고 숙성시켜 먹는다는 점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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