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無花果, fig)
김진국
무화과나무(無花果)는 인간이 재배한 가장 오래된 과수 중의 하나이다. 무화과의 학명은 Ficus carica Linn이며 변종이나 품종이 다양하다. 원산지는 소아시아 또는 아라비아 남부라고 하며 BC 2000년경부터 이스라엘을 포함하여 지중해 연안지방에 널리 재배되었다. 한국에서는 중부, 남부와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다.
유관속 식물 군, 종자 식물 군, 속씨 식물 군, 쌍떡잎식물 강, 쐐기풀 목, 뽕나무 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이며 높이는 3m가량의 관목이다. 잎은 크고 보통 손가락 모양으로 3갈래로 갈라져 있다.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화과나무는 꽃이 눈에 띠지 않지만 꽃이 핀다. 무화과나무에서 봄, 여름철에 열매라고 불리는 녹색의 주머니 모양이 꽃대(花軸, 화축)인데 그 꽃대 속에 엷은 홍색의 꽃들이 핀다. 꽃잎은 없고, 수술이나 암술이 주머니 모양의 꽃대 속에 있으므로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화과나무 가지의 잎 밑에서 나온 꽃대가 비후 되어 꽃들을 감싸게 됨에 따라 꽃대가 주머니 모양이 되고 꽃들은 비후 된 꽃대 속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 모양이 된 것이다. 이렇게 꽃이 주머니 모양의 꽃대 속에 숨어 있어 겉에서는 보이지 않고 주머니 모양의 꽃대가 나중에 익어서 열매가 되기 때문에 꽃이 피지 않고 열매가 맺는 무화과라고 불리는 것이다.
꽃대는 화축(花軸, 꽃차례)이라 하며 보통 1개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자루(화병, 花柄, 花梗, 화경)가 붙는다. 1개의 꽃자루에는 꽃바침(화탁, 花托, 꽃 받기)이 1개 붙고 꽃바침은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이 붙는 곳이다. 무화과 꽃은 여러 개의 꽃이 주머니 속에 붙어 있으므로 이 주머니는 꽃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화과나무의 비후 된 꽃대 속에는 빽빽이 들어선 수많은 꽃(소과, 小果)이 있다. 보통 무화과나무에는 암꽃(암술만 있음)과 수꽃(수술만 있음)이 따로 핀다.(야생 무화과는 자웅 이주이다.)
무화과나무는 꽃이 주머니처럼 생긴 꽃대 속에 있으므로 바람이나 보통의 곤충에 의해 수분되기는 어렵다.
무화과의 수분에 관계하는 곤충은 무화과나무 벌이다. 무화과나무 벌의 암컷이 수 그루 무화과의 안쪽에 자신의 알을 낳는다. 알 을 다 낳은 암컷 벌은 수컷 무화과로부터 꽃가루를 묻혀서 나와 암컷 무화과만을 찾아가는 것이 본능이다. 무화과 열매 끝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은 한 마리의 무화과나무 벌만이 들어갈 수 있다. 한 마리의 암컷 무화과나무 벌이 그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는 스스로 봉해져 다른 벌이 들어갈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암컷 무화과의 주머니 모양의 꽃대 속에 있는 작은 꽃(소과)들을 수분시키고 난 다음, 수컷 무화과로 돌아가서 거기에 또 알을 낳는다.
이렇게 주머니 모양의 꽃대 속에 있는 수많은 암술에 수분되면 씨방 속의 밑씨가 수정되고 씨앗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암꽃의 소과에 수정(受精)이 되면 소과에 깨알 모양의 종자가 생성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화과나무 벌이 없어 수정되지 않기 때문에 배(胚, 종자)는 없다.
주머니 모양의 꽃대에 양분이 저장되고 익어서 열매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무화과는 수정되지 않아 종자는 생성되지 않지만 꽃대가 비후 되어 열매로 된다.
열매가 되는 방법에서 씨방이 자라서 된 열매를 참열매라 하고 씨방 외에 꽃바침(화탁, 花托, 꽃 받기), 꽃자루(화병, 花柄), 꽃대(花莖, 화경)가 자라서 된 열매를 헛열매라 한다. 무화과는 꽃대가 자라서 된 헛열매이다.
무화과의 새 가지에 꽃눈이 발달하고 연내에 익는 것을 추과(秋果), 월동하여 이듬해 여름에 익는 것을 하과(夏果)라고 한다. 열매는 꽃대가 익은 것으로 주머니 모양의 꽃대 속에는 씨방이 많이 형성되어 속살이 많게 되며 가을에 검은 자색으로 익는다. 잘 익은 무화과 열매는 십자 모양으로 벌어진다. 열매를 쪼개 보면 꽃 모양의 알갱이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화과나무를 꺾꽂이로 번식시키고 있는데 꺾꽂이하기에는 온난하고 보수력(保水力)이 있어야 하자만 너무 축축하지 않은 토양이 좋고 중성에서 약알칼리성인 곳이 알맞다.
가지, 잎, 과일의 칼자국 등에서 분비하는 유액(乳液)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으므로 피부의 발진을 치료하는 연고제로 이용된다.
무화과가 최근 혈압강하 등 새로운 효능도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망막혈관 폐쇄증, 즉 눈 중풍 치료에 무화과가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화과에는 폴리페놀, 섬유소, 풍부한 칼륨, 식물성 스테롤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압을 조절하며, 혈관벽에 쌓인 유해 산소를 제거해 준다.
고혈압 개선에는 무화과에 풍부한 칼륨이 큰 몫을 하는데 여러 임상실험에서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한 그룹의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화과의 소랄렌(psoralen) 성분은 혈관을 넓혀서 직접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무화과가 치질에 좋다는 것도 어쩌면 그처럼 혈압조절 기능을 지녀 항문 주위의 말초혈관 장애를 어느 정도 해소해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화과의 피신은 단백질 분해효소로 소화를 촉진하고 변비에도 효과를 나타냈다.
동의보감에도 비교적 무화과 효능이 상세히 소개돼 있는데 무화과가 3항(三抗·항산화, 항균, 항염증 작용)과 3협(三協·소화, 변비, 심혈관 질환에 도움) 작용이 있다고 해 심혈관 질환에 효능이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여러 연구에서 항산화 효과에 의한 항당뇨, 항암, 항염 및 항미생물 효과 그리고 고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간 기능 손상의 개선 효과 및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한 구충 효과를 비롯하여 항돌연변이 효과까지 보여주고 있어 무화과가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치유 기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화과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벤즈알데히드, 폴리페놀 같은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무화과의 항산화 효능은 황반변성, 즉 눈의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에 변성이 일어나서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 개선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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