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비
김진국
물은 녹아 있는 물질에 따라 성질이 다르다. 물의 산성도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와 무생물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화석 연료 사용으로 많은 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 오염 물질이 녹아 생성된 산성비가 광범위한 지역에 내린다. 산성비를 일으키는 물질은 무엇이며,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또 산성비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가. 산성비의 생성
화력 발전소나 큰 공장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높은 굴뚝을 볼 수 있다.
굴뚝을 높이면 기압 차이로 연기의 배출이 빨라져 연소를 촉진시키고 연소 중 생성된 오염 물질이 높고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넓은 지역으로 배출하여 희석시키면 피해는 없어지는가? 이렇게 배출되는 연기 속에는 매연, 먼지 등 눈에 보이는 공해 물질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공해 물질이 포함된다. 이들 오염 물질 속에 포함된 황(S)과 질소(N) 산화물이 공기 중에서 여러 반응을 거친 후 구름의 빗방울, 안개, 눈에 녹아내리는 것이 오늘날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산성비이다.
생물체에는 황과 질소가 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생물체가 퇴적된 후 변화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에 황과 질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화석연료는 많은 공장의 가동, 자동차의 운행, 겨울철의 건물 난방 등에 사용됨으로써 황과 질소가 산화되어 기체 상태의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 SO₂, SO₃)과 질소산화물(NOx, 녹스, N₂O, NO, NO₂, N₂O₃, N₂O₅ 등)을 생성한다. 특히 자동차와 같이 고온으로 연소될 경우에는 공기 중의 질소도 산화되어 질소산화물(NOx, 녹스)을 생성한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들 산화물은 자외선과 오존 등에 의한 화학반응을 거쳐 구름의 물방울과 반응하여 황산과 질산으로 된다. 구름의 물방울에 황산, 질산 등 산성 물질의 농도가 높아져 pH 5.6 이하의 비가 되어 내릴 때 이를 산성비라 한다.
산성비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는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 질소산화물(NOx, 녹스) 외에 염화수소 등이 있으며 특히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들은 산성비 생성 원인의 약 84%를 차지한다.
현재까지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과 질소산화물(NOx, 녹스)로 심하게 오염된 지역에서 pH 3.0 이하의 매우 강한 산성비가 내린 적도 있다.
나. 산성비의 정의
바다나 육지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대기 중에서 응결되고 병합되어 내려오는 물방울이 비다. 빗방울은 그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공기 중의 물질이 많이 용해된다. 그러므로 비의 성질은 공기 성분에 의해 결정된다.
깨끗한 대기 중에서 생성된 비는 pH 5.6 정도로 약산성을 띠고 있다. 이는 대기 구성 성분 중에 포함되어 있는 0.03%(0.04%)의 이산화탄소가 용해되어 탄산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즉 0.03%(0.04%)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공기에 물방울이 존재할 때 이산화탄소가 물방울에 용해되는 정도를 실험한 결과 생성된 탄산은 pH 5.6 정도이다. 따라서 pH 5.6이 빗물의 산성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pH 5.6 이하일 때 산성비라 한다. 그러나 최근에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실제 깨끗한 대기 중에서 측정한 빗물의 평균값인 pH 5.0 미만일 때를 산성비라 한다. 깨끗한 대기 중에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다른 산성 물질들이 있으므로 이것들이 pH 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성비의 대부분 피해는 pH 5.6 이하만 되면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pH 5.0 미만일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 산성도(水素濃度指數, pH, potential hydrogen, hydrogen ion exponent)란?
용액은 그 용액에 녹아 있는 물질에 따라 특성을 나타내는데, 그중에 수소 이온 농도에 따라 용액의 성질이 매우 달라진다. 그래서 용액을 수소 이온 농도에 따라 크게 산성 용액과 염기성 용액 및 중성 용액으로 구분한다.
pH는 1 기압, 25℃ 용액 중의 수소이온 농도(H+)를 나타내는 수치로 용액 1ℓ중에 존재하는 수소이온 몰수의 상용대수 값을 취한 다음 (-)를 붙여 나타낸다.
중성 용액은 1ℓ에 10-7 mole(10의 -7승 mole)의 수소이온을 가지므로 log를 취하면 -7이고 이에 -를 붙이면 7이 되므로 그 pH는 7이라 한다
다. 우리나라의 산성비
우리나라도 공업화가 진행되고 자동차 수가 증가함에 따라 지역과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국에 걸쳐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산성비를 보면 초기 빗물이 후속 빗물보다 약한 산성을 띠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대기 중에 있는 염기성인 먼지가 초기 빗물에 녹아 빗물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빗물의 연중 산성도 변화를 보면 봄철에 비교적 약한 산성비가 내린다. 봄에 는 가뭄에 의해 많아진 토양 먼지와 황사의 영향으로 대기 중에 염기성 물질이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해당하는 6, 7, 8월이 다른 계절에 비하여 약한 산성을 띠는데, 이러한 현상은 여름에 집중되는 강수량으로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이 빗물에 씻겨지는 세정 효과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강한 산성을 띠는 비가 내린다. 이 계절 동안 강수량은 적고 화석 연료의 사용이 많아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성비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국에서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생한 산성 물질이 편서풍을 다고 우리나라로 이동해 오고 있다.
이러한 산성 물질은 우리나라의 산성비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의 약 2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산성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2. 산성비의 피해
대기 중의 이산화황(아황산가스, sulphur dioxide, SO₂)이나 질소산화물(NOx, 녹스) 때문에 내리는 산성비는 삼림, 농작물, 호수, 건축물 등 그 끼치는 피해가 광범위하다.
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
산성비에 포함된 황산과 질산은 식물체의 잎에 흡수된다. 식물체의 잎에 흡수된 산성 물질은 잎의 표피층을 분해하여 잎에 구멍을 만들고 엽록소를 파괴하므로 잎이 누렇게 된다. 병균과 해충을 막아 주던 표피층이 분해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져 쉽게 병들 수 있다. 또 엽록소를 파괴하여 광합성 작용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잎 속에 있는 양분을 녹여내므로 양분 부족으로 식물의 생장이 느리게 되고 심하면 열매나 씨를 맺지 못하게 된다.
나. 토양에 미치는 영향
토양은 호수나 하천에 비해 산성비가 내려도 산성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것은 산성비가 내리면 토양에 많이 존재하는 염기성 물질이 녹아서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산성비가 내리면 토양이 산성화 되어 식물의 생장과 미생물 활동에 영향을 준다. 산성화 된 토양에서 대부분의 식물은 잘 자랄 수 없으며 많은 토양 미생물도 살 수 없기 때문에 토양 유기물의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산성 물질은 토양 속에 있는 식물에 필수 영양분인 무기 염류를 녹여내므로 토양을 황폐화시킨다. 즉 산성비가 내려 토양 속에 산성 물질이 많아지면 이들 산성 물질은 토양 입자에 결합되어 있는 Mg2+, Ca2+, K+ 등과 같은 식물에 유용한 금속을 녹인다. 이들 무기 염류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므로 산성 토양에서는 식물의 필수 영양분인 무기 염류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또, 알루미늄, 망간 등과 같은 생물에 해로운 금속 성분도 녹아 먹이 연쇄를 따라 생물 농축을 일으킬 수 있다.
산림지역에 산성비가 내리면 토양과 낙엽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죽게 되어 낙엽이 썩지 않는다. 그 결과 물질순환이 어렵게 되어 나무들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고 나무 밑에 낙엽만 쌓이게 된다.
나. 담수에 미치는 영향
강물이나 호수에는 염기성 물질이 녹아 있으므로 보통 pH 7~8을 유지하지만 강한 산성비의 유입은 강물이나 호수를 산성화 시킬 수 있다. 생물에 따라 다르지만 산성에 민감한 종은 멸종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류와 양서류는 산성비가 내려 물이 pH 4.5 이하의 산성으로 변하면 대부분 생식 능력을 잃는다.
어떤 종이 멸종되면 먹이 연쇄가 끊어져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다. 금속 및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
금속으로 만들어진 동상, 기념탑 등의 유적과 각종 구조물은 산성비에 의해 부식되며, 특히 대리석, 시멘트 등 석회석(CaCO3) 성분으로 된 구조물은 산성비에 잘 용해되므로 피해가 크다.
산성비로 인한 대리석(CaCO3) 등의 석조물의 부식 속도는 자연 풍화보다 30배 정도 빠르다.
• CaCO3 + H2SO4→ CaSO4 + H2O + CO2
• CaCO3 + 2HCl→ CaCl2 + H2O + CO2
3. 산성비 방지 대책
가. 산성비 영향의 최소화
약한 산성비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으며, 산성비에 녹아 있는 산성 물질은 암석과 토양에 있는 염기성 물질에 의해 중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강한 산성비는 독성이 강하므로 직접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므로 산성비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중요 시설이나 건축물의 외부를 산에 강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나. 오염 물질의 발생 억제
산성비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산성비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인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 질소산화물(NOx, 녹스) 등의 생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화석 연료의 사용이 적은 산업을 발전시키고 화석 연료 대체 기술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화석 연료의 효율을 높여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공장, 화력 발전소 또는 사업장 등과 같은 곳에서는 황 제거 시설을 설치하고 가동하여 대기 중으로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이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며, 자동차에 있는 배기 시스템에 백금 촉매 장치를 장착하여 배출되는 일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를 수증기, 물, 질소로 분해시켜야 한다. 또 사무실, 건물, 가정의 난방이나 택시, 버스 연료 등에도 석유 대신에 불순물이 적은 LNG, LPG를 사용하여 오염 물질의 배출을 줄여야 한다.
* 탈황(脫黃, desulfurization) 시설
공장, 화력발전소 등에서 화석연료(化石燃料, fossil fuel)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항(SO2)을 제거하는 시설을 탈황시설이라 한다.
탈황장치의 원리는 연소시설에 탄산칼슘(CaCO3)과 물을 뿌려주어 이산화항(SO2)을 제거하는 것이다.
연소시설 속에 넣어준 탄산칼슘(CaCO3)은 산화칼슘(CaO, 생석회)과 CO2로 분해되고 분해된 산화칼슘(CaO, 생석회)은 이산화항(SO2)과 결합하여 아황산칼슘(CaSO3)이 생성된다. 그다음 아황산칼슘(CaSO3)은 산소와 반응하여 황산칼슘(CaSO4)이 생성되는데 그동안에 위에서 물을 뿌려서 아황산칼슘이나 황산칼슘을 용해시켜 제거한다. 이때 탄산칼슘(CaCO3) 등의 미세한 고체는 물과 함께 바닥에 가라앉아서 굴뚝을 통하여 배출되지 않는다.
*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디젤 자동차에는 발생되는 유해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설치한다.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에는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DPF(디젤 미립자 필터) 등이 있다. SCR은 촉매, EGR은 순환, DPF는 필터를 통해 배기가스를 줄이는 장치다.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은 Selective Catalyst Reduction, 선택적 촉매 감소 기술)의 약자이다. 요소수라고 부르는 암모니아(NH3) 수용액 또는 우레아(CH4N2O) 수용액을 배출가스에 분사시켜 촉매 반응을 통해 질소산화물(NOx, 녹스)을 물(H2O)과 질소(N2)로 변환시키는 장치이다. 이는 질소산화물(NOx, 녹스) 뿐만 아니라 엔진에서 다량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줄인다.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는 Exhaust Gas Recirculation)의 약자로, 엔진에서 연소된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재순환시켜 연소실 온도를 낮추고,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NOx, 녹스) 생성을 억제하는 저감 장치이다. 질소산화물(NOx)의 생성은 연소온도가 2000℃를 넘으면 급격히 증가하므로 질소산화물(NOx) 생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연소 최고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
그래서 배기가스를 재순환시키면 연소실 온도가 낮아지고 이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의 생성이 감소되는 원리다.
DPF(디젤 미립자 필터)는 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약자로, 디젤이 제대로 연소하지 않아 생기는 탄화수소 찌꺼기 등 유해물질을 모아 필터로 걸러낸 뒤 550도 고온으로 다시 태워 오염물질을 줄이는 저감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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