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C)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근간(根幹)
김진국
1. 탄소는 생물체의 중심
46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되고 뜨거운 지구가 서서히 냉각되었다. 지구가 생성될 때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원시 지구에는 현재와는 달리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지가 충분히 공급되어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 결과 지구상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 상태에서 화학적 진화를 통해 생물체를 구성, 생존, 번식에 필요한 단백질(효소, 호르몬, 면역), 지방, 탄수화물(炭水化物), 핵산 등과 이들의 복합물질들이 생성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탄소를 포함하는 탄소화합물(炭素化合物, 탄소를 포함하는 화합물, 유기물)이다.
원시 지구에서 이렇게 화학적 진화를 거쳐 생성된 탄소화합물에 의해서 생명체로 자연 발생되었다(38억 년 전)는 것이 오파린의 생명 기원설이다.
원시 지구라는 환경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 속에서 화학적 진화를 거쳐 탄소화합물(유기물)이 합성되고 이들에 의해서 생명체가 발생한 것을 보면 생명체에는 탄소화합물이 주축을 이루는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탄소화합물이 생명체에 가장 적합한 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탄소화합물의 작용과 종류는 다음과 같다.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 에너지원인 탄수화물(炭水化物)도 탄소화합물이(炭素化合物)다. 생물을 구성하는 물질뿐만 아니라 생물을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어주는 생리작용(효소, 호르몬, 면역)을 가능하게 하는 단백질도 모두 탄소화합물이다. 그리고 이런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핵산)도 역시 탄소화합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는 모든 생물에서 DNA(핵산)는 공통으로 존재하고 작용도 같다.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바이러스도 DNA, RNA가 있어 세대를 이어간다.
식물의 잎, 꽃, 열매의 화려한 색깔은 엽록소(클로로필), 플라보노이드(안토시아닌 등), 카로테노이드, 베타레인과 같은 식물의 색소가 만들어내는데 이들 식물 색소도 모두 단백질이므로 탄소 화합물이다. 식물의 색소는 수십 개의 탄소 원자들이 정교한 육각형이나 오각형의 고리 모양이나 긴 사슬 모양으로 연결되어 만들어 진다. 색소 분자들에 포함된 탄소 원자들 사이의 이중결합을 형성하는 전자(電子)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중 일부를 흡수하고 나머지를 반사하면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색깔이 만들어 진다.
식물이 우리 인간에게 자신의 화려함을 보이려고 화학적으로 복잡한 색소 분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물의 화려함은 식물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식물을 푸르게 보이게 하는 엽록소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탄수화물(炭水化物)을 생성하는 광합성 작용(光合成作用)을 위해 빛을 흡수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고, 꽃과 열매의 화려한 색깔도 벌레와 새 등을 유인하여 화분을 운반하게 하고 씨앗을 멀리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심지어 화려한 낙엽도 자신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잡초를 퇴치하는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 식물에서 특정한 화학물질이 생성되어 이웃한 다른 식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단풍나무(안토시아닌) 밑에서는 잡초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의 화려한 색깔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맹독성의 화학물질조차 생성하는 극단적인 이기심과 냉혹함도 숨겨져 있다.
이와 같이 탄소원소(C)는 모든 생명활동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게 다양한 종류의 화합물의 합성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닌 광활한 우주의 어느 곳에도 생명체가 있다면 그 생명체도 역시 화학적으로는 탄소가 근간이 되는 탄소화합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탄소화합물이 다양한 이유
탄소(C)는 원소기호 C, 원소번호 6, 질량 12이며, 원자(C)가 분자(C)인 단체다. 숯검정, 흑연, 다이아몬드 등이 탄소만으로 구성된 물질이다.
탄소(C)는 천연에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지각 구성 원소로 0.2%,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2) 형태로 0.03% 존재한다.
탄소가 포함된 화합물을 탄소화합물이라 하며 보통 유기물(CO2, CO 등 제외)이라고도 하는데 탄수화물(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지방(중성지방, 지방산, 글리세롤, 콜레스테롤), 단백질(-아미노산), 핵산(DNA, RNA-뉴클러오타이드), 비타민 등이 여기에 속하며 이런 탄소화합물은 다른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의 종류보다 많다.
탄소원자(C)는 주로 탄소원자나 수소원자와 공유결합을 하며, 그 밖의 다른 원자들과 공유결합을 하여 탄소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크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핵산(DNA, RNA) 등으로 종류가 매우 많다.
탄소원소(C)는 모든 생명활동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게 다양한 종류의 화합물의 합성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탄소가 다양한 탄소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첫째 이유는 탄소원자(원자가 4가)는 최대 4개의 공유결합을 형성하므로 매우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수소원자는 1가의 원자가를 가지므로 공유결합을 1개, 산소 원자는 2개, 질소원자는 3개의 공유결합을 한다(메테인, 수소, 플루오린화수소, 물, 암모니아 등).
탄소가 다양한 탄소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둘째 이유는 탄소원자는 탄소원자나 전기 음성도가 작은 수소원자의 공유결합을 형성하고, 전기 음성도가 큰 할로젠 원자나 산소, 질소원자와도 공유결합을 형성한다.
보통 원소는 원자가 4를 기준으로 전기 음성도가 낮으면 전기 음성도가 4보다 높은 원자와 결합하고 전기 음성도가 4보다 높으면 전기 음성도가 5보다 낮은 원자와 결합하지만 탄소 원자는 전기 음성도가 낮은 원자나 전기 음성도가 높은 원자 모두와 결합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원자와 공유결합을 형성하여 수많은 종류의 분자를 만든다(메테인, 에텐, 이산화탄소, 사염화탄소 등).
탄소가 다양한 탄소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셋째 이유는 탄소원자끼리 공유결합을 하여 탄소 골격을 형성하는데 탄소 골격의 형태를 보면 사슬 모양, 가지 달린 사슬 모양, 환(고리) 구조 등이 있으며 이때 탄소원자끼리 서로 원자가 1개로 결합하면 단일 결합(포화), 서로 원자가 2개로 결합하면 이중결합(불포화), 서로 원자가 3개로 결합하면 삼중결합(불포화)이다. 이런 탄소 골격에 다양한 원소가 결합함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