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낙엽
단풍(丹楓, autumn leaves)과 낙엽(落葉, leaf abscission)
김진국
가을이 되어 녹색의 식물들이 단풍이 들면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변하고 낙엽(落葉, leaf abscission)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단풍은 어떻게 다양한 색깔을 띠게 되는지 생각해보자.
가을의 대표적인 단풍 식물인 단풍나무 과에 속하는 식물들은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이는 잎 속의 엽록소(葉綠素, chlorophyll)가 분해되어 녹색이 없어지고 표피세포의 액포 속에 있던 안토시안(anthocyan) 색소 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토시안(anthocyan)은 적색, 청색, 보라색 꽃의 주색소로 화청소(花靑素)라고도 불린다. 안토시안(anthocyan)이란 말은 그리스어로 꽃을 뜻하는 anthos와 청색을 뜻하는 kyanos가 합성된 단어이다.
안토시안(anthocyan)은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일종으로 아글리콘(aglycone)인 안토시아니딘(anthocyanidin)과 여기에 당이 결합한 배당체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 이 두 가지 모두를 일컫는 용어다.
단풍(丹楓, autumn leaves)이 들어 붉은색이 나타나는 것은 가을이 되면서 기온이 내려가면 녹색인 엽록소의 생성이 멈추게 되고 식물은 엽록소와 결합되어 있던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다음 해에 이용하기 위해 분해하여 줄기나 뿌리로 옮기며 또 강한 자외선에 의해서 엽록소가 분해되는데 이렇게 엽록소가 분해되어 녹색이 사라지면 다량의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식물은 줄기와 뿌리가 얼지 않도록 당의 농도를 높인다(빙점 강하). 이렇게 증가된 당은 안토시안(anthocyan)의 합성을 증가시키므로 안토시안이 많이 합성되어 붉은 단풍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초가을에 날씨가 좋으면 광합성이 활발히 일어나 당 공급이 잘 되어 안토시안이 풍부하게 생성되어 붉은색을 나타내므로 더욱 화려한 단풍(丹楓, autumn leaves)이 된다.
그런데 이 안토시안(anthocyan)은 실험실에서 산성일 때는 붉은색을 띠지만 알칼리성이 되면 보라색으로 되었다가 알칼리성이 높아질수록 청색으로 변하고 반대로 청색의 안토시안에 산성을 더해 가면 보라색을 거쳐 원래의 적색으로 되돌아온다.
수국(水菊, Bigleaf hydrangea)의 꽃색은 주로 파란색이나 분홍색인데 토양이 알칼리성일 경우 분홍색 꽃이 되고 토양이 산성이면 파란색 꽃이 핀다.
수국 꽃의 색소는 안토시아닌이 중심이지만 수국이 산성이나 알카리로 변해서 꽃색이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꽃색이 청색으로 변화되는 것은 알루미늄이 작용하여 청색을 나타낸다.
중성이나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이 잘 녹지 않아 흡수가 잘 되지 안으므로 분홍색이 꽃이 피고 산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이 잘 녹아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청색꽃이 피는 것이다.
식물의 종류마다 단풍(丹楓, autumn leaves) 빛깔이 다른 것은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anthocyan)과 황색의 카로티노이드(carotinoid) 및 크산토필(xanthophyll), 갈색의 탄닌(타닌, tannin), 일부 남아 있는 녹색의 엽록소(chlorophyll) 성분이 양적으로 다양하게 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조합은 식물 잎에서의 효소계의 차이와 기온, 수분, 자외선 등 자연조건의 차이가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식물의 어린잎이나 줄기가 새순으로 나올 때 일시적으로 붉은색을 나타내다가 잎이나 줄기가 성장하면서 붉은색이 없어지고 녹색으로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어린잎이나 줄기에는 처음에 엽록소(chlorophyll)가 없기 때문이며 자라면서 햇빛을 받아 엽록소가 대량 합성되고 합성된 엽록소가 다른 색소를 압도하면서 녹색이 된다.
새로 생성되는 어린잎에는 줄기로부터 당이 계속 보내져 오면서 안토시안(anthocyan)을 형성하게 된다.
표피세포의 액포에 존재하는 안토시안은 자외선을 잘 흡수하므로 자외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한다. 때문에 연약한 어린잎이나 줄기가 안토시안을 생성하여 빨갛게 됨으로써 자외선의 피해를 막는 것이다.
잎이 성숙함에 따라 안토시안(anthocyan)은 분해되어 감소되며 대량의 엽록소(chlorophyll)가 생성되어 녹색을 띠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 잎은 녹색을 나타내나 예외적으로 단풍나무(palmate maple)의 개량종인 공작단풍(孔雀丹楓, 細裂丹楓 세열단풍, Acer palmatum var. dessoctum(Thunb.) Miq.), 홍단풍(紅丹楓, ohmomiji, 학명 Acer palmatum var. sangaineum)과 같은 나무나 자주색 양배추(cabbage), 베고니아(begonia) 등과 같은 초본은 계절과 관계없이 붉은색을 띠고 있다.
이들 식물은 정상적인 녹색 종이 돌연변이(突然變異, mutation)로 생성된 변종(變種, variety)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엽록소(chlorophyll)의 결핍이 원인이다.
이들 식물은 남아있는 엽록소(chlorophyll)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 등의 색소에 의해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 정상적으로 살아간다.
보통 깊은 가을이 되면 활엽수는 낙엽(落葉, leaf abscission) 지기 시작한다.
단풍(丹楓, autumn leaves)이 드는 낙엽수의 잎에서는 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녹색인 엽록소의 생성은 멈추게 되고 엽록소와 결합되어 있던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분해되고, 분해된 아미노산이나 흡수하기 어려웠던 질소를 다음 해 봄에 다시 사용하기 위해 줄기나 뿌리로 이동하여 저장하고 잎자루나 잎몸의 기부에는 코르크 세포의 장벽이 생성되는데 이를 이층(離層, 떨켜, abscission layer, absciss)이라고 한다.
낙엽수는 나뭇잎과 줄기의 접합 부분에 이층(離層, 떨켜, abscission layer, absciss)이 생성되면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단풍(丹楓, autumn leaves)과 낙엽(落葉, leaf abscission)은 식물이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인 것이다.
낙엽(落葉, leaf abscission)의 기능은 1년 동안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낙엽을 분석하면 질소, 인, 칼륨 등은 녹색잎에 비교해 훨씬 적고 칼슘, 규소 등의 농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유는 질소, 인, 칼륨 등의 유용한 영양분은 수용성 물질로 존재하다가 낙엽이 지는 시기에 줄기와 뿌리 등으로 이동하고 칼슘, 규소, 같은 노폐물은 불용성 물질로 되어 잎 속에 축적되었다가 낙엽으로 배출되기 때문인 것이다. 동물과 같은 배설기관이 없는 식물이 노폐물을 배출하는 방법인 것이다.
낙엽활엽수들은 넓은 잎의 표면을 통해서 엄청난 분량의 수분이 증발한다. 겨울에는 흙이 얼어 뿌리에 수분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물을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는데 겨울에는 낙엽수들이 잎을 달고 있을 경우 치명적인 수분 감소가 일어날 것이다. 낙엽(落葉, leaf abscission)이 되어 떨어지면 수분 증발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수분 증발로 일어나는 기화열의 손실을 방지하므로 열손실을 막을 수 있다.
식물은 단풍이 드는 시기와 잎을 떨어뜨리는 시기를 어떻게 조절할까?
식물들은 낮의 길이와 온도를 감지하고 반응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낙엽(落葉, leaf abscission)이 지는 시기는 장일(長日, 밤의 길이가 짧아짐)에 의하여 늦어지고 단일(短日, 밤의 길이가 길어짐)에 의하여 촉진된다. 즉 가을에 낮의 길이가 일정 시간 이하로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식물은 겨울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는 가로등이 잘 비치는 쪽의 잎이 어두운 곳의 잎에 비해 오래 달려있다. 온도도 낙엽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떡갈나무의 일종은 가을이 되어 단일이 되면 자연환경에서는 낙엽이 되지만 온실에서는 낙엽이 되지 않는다.
상록수의 잎은 2-3년간 유지되다가 새로운 잎이 나게 되면 떨어진다. 침엽을 가진 상록수 중에는 30년 이상 잎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데는 피토크롬(phytochrome)이란 물질과 에틸렌(ethylene), 앱시스산(abscisic acid)이란 식물호르몬(plant hormone)이 관여하며 아직도 과학자들이 밝히지 못한 복잡한 과정이 있음을 추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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