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생식(처녀 생식 Parthenogenesis)
단위생식(처녀 생식, Parthenogenesis)
김진국
암컷 배우자(난자, 알세포, n)가 수컷 배우자(정자, 정세포, n) 없이 발생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생식 방식을 일반적으로 단위생식이라 한다. 단위생식은 무성 생식의 하나로 보기도 하지만, 원래 유성생식으로 생긴 알이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유성생식의 변형이라고 여겨진다.
유성생식(有性生殖, sexual reproduction)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이루어지는
양성생식(amphimixis)이다. 이와는 달리 수정 없이 생식이 이루어지는 것을 무수정 생식(無受精生殖, apomixis)이라 한다.
동물에서 무수정 생식(無受精生殖, apomixis)으로는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이 있으며 처녀생식 중에서 암컷 자손만 생식하는 것을 자성 단위생식(雌性單爲生殖, thelytoky , 예, 진딧물)이라 하고 수컷 자손만 생식하는 것을 웅성 단위생식(雄性單爲生殖, arrhenotoky, 예, 꿀벌)이라 한다.
식물에서 무수정 생식(無受精生殖, apomixis)으로는 처녀생식(處女生殖, parthenogenesis)인 무 포자 생식(無胞子生殖, apospory, 파, 부추 등, 그리고 양치식물과 선태식물에서 포자체의 체세포의 발육에 의하여 배우체를 생성하기도 함), 감수분열 이상으로 일어나는 복상 포자 생식(複相胞子生殖, diplospory), 씨방의 체세포 등이 배로 발생되는 부정배 형성(不定胚形成, adventitious embryony, 밀감), 수정 전에 난세포의 핵이 제거되거나 비활성되어 화분의 핵만을 가진 난세포가 발달함으로써 반수체 개체가 생성되는 웅성 단위생식(雄性單位生殖, male parthenogenesis), 꽃가루가 암술머리를 자극을 하면 알세포 혼자서 배를 형성하는 위수정 생식(僞受精生殖, pseudomixis, 담배, 목화, 벼, 밀, 보리) 등이 있다.
원생동물에는 자가수정(自家受精, 자가 생식, 自家生殖, automixis, 오토믹시스, autogamy, syngamic nuclear union)이라고 하는 생식 방법이 있다. 자가수정 방식은 감수 제1 분열로 생성된 두 핵이 결합하고 감수 제2 분열을 하여 배로 발생하거나 감수 제2 분열로 생성된 동일한 두 핵(核)이 수정(受精)되어 배로 발생되는 것이다.
진딧물, 물벼룩, 깍지벌레, 윤충 등은 이배체 단위생식(diploid parthenogenesis)을 한다. 이배체 단위생식(diploid parthenogenesis)은 암컷이 알을 생성할 때 감수 제1분열만 일어나고 감수 제2분열은 일어나지 않은 이배체 알(2n)이 정자의 수정 없이 단위생식을 하여 이배체(2n)의 개체가 되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의 단위생식은 꿀벌이나 진딧물, 물벼룩, 몇 종의 어류, 몇 종의 개구리, 몇 종의 도마뱀 등에서 볼 수 있다.
생물이 단위생식(처녀생식)을 하는 이유는 단위생식 방법이 유성 생식보다 번식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용 가능한 자원이 있을 때 빨리 번식한다면 그 종의 개체수가 많아져 자원을 이용하기 쉬우므로 종족이 살아남기에 좋다. 생물의 단위생식(처녀생식)은 그 생물종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벌의 웅성 단위생식(雄性單爲生殖, arrhenotoky, 반수이배체 半數二倍體 haplodiploidy)
벌집에는 1마리의 여왕벌(암컷, 2n), 수천 마리의 일벌(2n), 수십 마리의 수벌(n)이 있다. 벌의 암수 염색체는 XY로 구분되지 않는다. 암놈은 수정된 이배체(diploid, 二倍體, 2n=32, 여왕벌)이고 수놈은 반수체(半數體, haploid, 일배체, 염색체 수 n=16)이다. 일벌은 이배체(diploid, 二倍體, 2n=32)이지만 생식 능력이 없다. 모든 벌이 여왕의 자식이지만 수벌은 일배체(n)인 미수정란에서 단위생식에 의해 발생하므로 반수체(半數體, haploid, 일배체, n)라고 한다.
여왕벌(배수체, 2n)은 생식세포의 감수분열(減數分裂, meiosis)로 알세포(반수체, n)를 형성하고 수벌(반수체, n)은 생식세포의 체세포 분열(mitosis)로 정자(반수체, n)를 형성한다. 알세포(n)와 정자(n)가 수정하면 이배체(2n)의 여왕벌이나 일벌이 되고 알세포(n)가 수정 없이 발생하면 수벌(n)이 된다. 이런 생식 방식을 반수이배체(半數二倍體, haplodiploidy)라고 하며 웅성 단위생식(雄性單爲生殖, Arrhenotoky)이라고도 한다.
반수이배체(Haplodiploidy, 하플로디플로이디) 생식 방법은 벌목(Hymenoptera, 개미, 말벌) 외에도 총채벌레류(thrips), 응애과(Tetranychidae)의 거미 진드기(spider mites), 반시목(半翅目, Hemiptera), 딱정벌레목 Coleoptera), 윤충류(輪蟲類, rotifers) 등에도 일부 일어난다.
그런데 보통 암벌은 2n=32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수벌은 n=16개의 염색체만 가지지만 간혹 수벌의 유전물질이 이배체(2n=32)인 것도 있다.
이배체(2n)이지만 염색체 쌍은 수정으로 조합된 상동염색체가 아니고 복제된 것이므로 완전히 일치한다. 알세포(n)를 형성하는 제2 난모세포에서 제2 감수 분열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즉 핵내유사분열(endomitosis)로 DNA양이 2배로 된 다음에 세포질 분열이 일어나지 않아 일배체(n)가 2 배체(2n)가 되는 것이다. 이배체 수벌(2n)에서는 감수분열이 일어나지 않고 체세포 분열만 일어나므로 정자는 이배체(2n)가 되고 알(n)과 수정되어 발생한 여왕벌은 삼배체(3n)가 되므로 생식능력이 없게 된다.
수벌(n)은 여왕벌(2n)과 교배하며, 그 수정란(2n)에서 깨어난 유충이 보통 꿀(탄수화물)을 먹고 자라면 일벌(2n)이 되고 로열제리(왕유, 단백질)를 먹과 자란 유충은 여왕벌(2n)이 된다. 일벌과 여왕벌은 이배체(2n)이다.
꿀벌은 계급 사회생활을 하는데 여왕벌과 수벌은 생식을 담당하고 일벌은 꿀 채취, 꿀 보존, 집 청소, 외침 방어, 육아 등의 일을 분업화하여 일만 한다.
꿀벌의 생식과정을 보면 생식 계절인 봄이 되면 여왕벌이 집을 나와 하늘 높이 비행하게 된다. 수벌이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제일 빨리 올라가는 수벌이 여왕벌과 교미를 하게 된다. 강한 자손을 얻기 위해 강한 수벌을 고르는 방법이다.
그리고 교미가 끝나면 수벌을 집에서 쫓아내 버린다.
교미한 여왕벌은 일벌이 만들어 놓은 방에 알을 놓는다. 방마다 일벌이 꿀을 공급하여 유충을 키우게 되는데 이들 중 수정된 알은 모두 일벌이 되고, 미수정된 알은 수벌이 된다.
일벌이 특별하게 크게 만들어 놓은 두 개의 방에 여왕벌이 일반적인 수정란을 놓으면 일벌이 여기에는 로열제리를 공급하여 키우게 되는데 이들은 여왕벌이 된다. 두 개의 방 중에서 먼저 나온 여왕벌이 두 번째 나온 여왕벌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죽이고 여왕이 된다. 첫 번째 여왕벌이 온전치 못하면 두 번째 나온 여왕벌이 첫 번째 여왕벌을 죽이고 여왕벌이 된다. 온전한 여왕벌을 배출하기 위해 두 마리의 여왕벌을 만드는 것이다.
벌집에서는 새 여왕벌이 나오기 전에 어미 여왕벌은 반 정도의 일벌을 데리고 분가를 하여 새로운 집을 형성한다. 보통 새집을 찾기 위하여 벌들이 나무 위에 앉는데 그중에서 여왕벌을 데려다 새집에 넣으면 여왕벌이 발산하는 페로몬의 유도로 모든 벌이 새집으로 모이게 된다.
어떤 말벌 종에서는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 때 단위생식이 일어나기도 한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는 정자(n)가 아닌 알(n)을 통해 새로운 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수컷보다는 암컷이 이 박테리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암컷들이 난 알들은 감수 제1분열만 일어나고 감수 제2분열이 일어나지 않아 2 배체(2n) 알을 형성하여 수정 없이, 즉 단위생식(처녀생식)에 의해 암컷(2n)을 만들게 된다.
* 진딧물 자성 단위생식(雌性單爲生殖, thelytoky)
진딧물은 먹이가 풍부한 봄에서 늦가을까지는 이배체 난자(2n)를 생성하여 자성 단위생식(雌性單爲生殖, thelytoky)을 하므로 암컷만이 생기며(열대지방에서는 단위생식이 계속됨), 기온이 낮아지면 암컷 중에 (2n-1)는 수컷(2n-1)이 되어 감수분열로 정자(n)를 생성하고 암컷(2n)은 감수분열로 난자(n)를 생성하여 유성생식을 한다.
윤충의 어떤 종(種)은 수컷 없이 이배체 난자(2n)로 암컷 단위생식(雌性單爲生殖, thelytoky)을 하는데 단위생식으로만 종이 유지된다.
그리고 단위생식과 양성생식이 교대로 일어나는 등 다른 생식 방법이 교대로 일어나는 생식 방법을 헤테로고니(Heterogony)라고 하는데 윤형동물에서 찾을 수 있다.
* 식물의 단위생식
식물도 단위생식을 하는 종이 있는데 흰독말풀, 서양민들레(외래종인 서양민들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번식하고 있다.), 옷굿나물 등이다.
* 포유류에서 단위생식이 일어나기 어려운 점
포유류에서는 각인 유전자(imprinted gene : 형질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야 함) 때문에 자연 상태로는 단위생식(처녀 생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단위생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개구리의 알을 바늘로 질러 알세포의 막을 정자가 침입한 것처럼 자극을 주면 미수정란이 활성화하여 난할이 어느 정도 유도된다.
또 사람의 난자에 전기적 자극을 주면 난자는 정자가 침입한 것과 같이 활성화되어 난할이 일어나 포배기 정도까지 발생이 일어난다.
보통 정자가 침입하기 전의 난자라고 하는 것은 제2 감수 분열로 만들어진 난세포가 아니고 제1 감수분열만 일어난 제2 난모세포이다. 제2난모세포가 정자의 침입을 받으면 제2 감수 분열이 일어난다. 이때 세포질은 분리되지 않으므로 난세포 속에 난세포 핵과 제2 극체가 함께 존재한다. 정자가 들어오면 난세포 핵과 수정이 일어나 발생이 되며 제2 극체는 퇴화된다.
그런데 제2 난모세포에 정자의 침입 없이 전기 자극으로 정자가 침입한 것과 같은 자극을 주면 제2 난모세포에서 제2 감수 분열이 일어나며 이어서 난자에 같이 있는 난세포의 핵과 제2극체의 핵이 융합하여 발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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