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온, 광우병
프라이온(prion), 광우병(狂牛病,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김진국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 ACh),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등 시냅스의 신경전달 물질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광우병 등은 뇌의 조직이 해면처럼 변하면서 일어나는 병이다.
이병은 신경을 구성하는 단백질 구조가 변화하여 나타난다.
단백질은 20여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아미노산과 아미노산 간의 결합을 펩티드 결합이라 하고, 수백 - 수천 개의 아미노산이 펩티드 결합으로 한 줄로 연결된 것을 폴리펩티드(1차 구조 단백질)라 하며, 이때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는 DNA에 저장된 정보에 따라 결정된다. 1차 단백질이 나선형(알파-헤릭스, a-helix)으로 꼬이거나 병풍 모양(β-병풍 구조, pleated sheet structure)으로 접혀 2차 구조 단백질이 되며, 2차 구조 단백질 중간중간에 느슨한 결합이 일어나 접히면서(folding) 입체 구조를 이루는데 이를 3차 구조 단백질이라고 한다. 어떤 단백질은 3차 구조의 단백질이 몇 개가 결합하여 작용하는 데 이를 4차 구조 단백질이라고 한다. 이 느슨한 결합은 열에 약하여 온도가 약 43℃ 이상이 되면 결합이 끊겨 풀어져 버린다. 단백질은 입체적 구조로만 작용하므로 느슨한 결합이 끊어진 폴리펩티드는 단백질의 기능(구성 물질, 효소 등)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사람의 체온이 43℃ 이상이 되면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온도가 80℃ 이상 되는 온천에서도 살고 있는 세균이 있음이 알려졌다. 이것은 온도가 80℃ 이상이 되어도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열성 세균에 있는 단백질에는 접힘이 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수소 결합(hydrogen bonds)과 단백질 구조를 안정시키는 이황화물 다리(disulfide bridges)가 많다. 또 단백질 구조가 압축되고, 올리고머화(oligomerization, 소중합체, 구성단위가 반복 결합)되어 있으며 소단위체 사이에 상호작용이 강하다.
이런 특성을 가진 단백질 중에 프라이온(prion, PrPc, 프리온)이란 단백질이 있다. 프라이온(prion, PrPc, 프리온)은 일반 단백질에서 2차, 3차 단백질이 느슨한 결합으로 단백질을 구성하는데 비해 단단한 결합으로 부피가 작아지고, 열이나 산성에도 견디는 특별한 성질을 가진다. 프라이온(prion, 프리온)은 정상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존재하며 이를 PrPc라 한다.
그러나 스크레피(Scrapie, 양의 문지르는 병)에 걸린 양, 광우병에 걸린 소, CJD 환자(인간 뇌 해면 증상,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의 뇌에서는 정상의 PrPc(프라이온, prion)와는 다른 변질된 형태로 발견되는데 이를 PrPsc(변형 프라이온)라 부르며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PrPsc(변형 프라이온)은 원래 해가 없는 PrPc(프라이온, prion)의 알파-헤릭스(a-helix) 2차 구조가 베타-시트(b-sheet, β-병풍 구조) 구조로 바뀌어 발생한다.
광우병은 전염성이 있으며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변형 프라이온 PrPsc)을 섭취한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슬로 바이러스 (slow virus)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경로를 보면 변형 프라이온(PrPsc)을 포함하고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위를 거쳐 소장으로 들어간 변형 프라이온(PrPsc)은 림프관으로 흡수되어 지라에 도달하고 지라의 말초신경에 들어가 척수로 이동하여 뇌에 도달하게 된다. 뇌에 이 변형 프라이온(PrPsc)이 들어가면 변형 프라이온(PrPsc)이 서서히 뇌 속의 정상적인 프라이온(PrPc)을 변형 프라이온(PrPsc)으로 변환시키고, 변형된 단백질(PrPsc)들이 세포 내의 정상적인 대사를 방해하고 세포를 죽게 하여 스펀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광우병이며, 음식물의 변형 프라이온이 흡수되어 뇌까지 도달하는 데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이 걸리므로 잠복기가 긴 것이다.
1982년 스탠리 프루시너(Stanley B. Prusiner)는 CJD, 스크래피(Scrapie)의 전염 원인이 ‘proteinaceous infectious praticle(단백질성 감염 입자)’이라는 “prion theory(파라이온 이론)”를 세웠다. 핵산을 가진 생명체가 아닌 단순히 변형된 단백질에 의해 스크래피(Scrapie, 양의 문지르는 병)가 전염됨을 밝힘으로써 199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prion(프라이온)이란 용어는 proteinaceous infectious praticle(단백질성 감염 입자)와 virion(바이러스 개체)의 합성어이다.
일반 단백질은 2차, 3차의 결합에서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비해 정상 프라이온(PrPc, cellular prion protein)과 변형 프라이온(PrPsc, transformed prion protein, scrapie prion protein PrPsc)은 단단한 결합으로 부피가 작아지고, 열이나 산성에도 견디는 특별한 성질을 가진다. 변형 프라이온(PrPsc)은 정상 프라이온(PrPc)의 이성질체이다. 정상 프라이온은 2차 구조가 α-helix가 많은 구조이고 변형 프라이온은 2차 구조가 β-sheet가 지배적인 구조이다. 그리고 정상 프라이온은 monomeric(단량체, 單量體, 단일 유전자에 의해 생성된 물질)이고 변형 프라이온은 아밀로이드(당과 단백질이 뭉쳐진 전분성 단백질) 원섬유를 형성한다.
변형 프라이온(PrPsc)이 분자가 자신과 동일한 아미노산 배열을 가진 정상 프라이온(PrPc)을 만나면 그 정상 프라이온(PrPc)을 변형시켜 변형 프라이온(PrP-sc)으로 만든다. 즉, 정상 프라이온(PrPc)을 변형 프라이온(PrP-sc)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광우병이 무서운 이유는 변형 프라이온(PrPsc)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고 생물의 체내에서 합성되는 변형 단백질이지만 인체 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체내의 단백질 분해 효소에도 파괴가 되지 않는 특별한 단백질이다.
또 음식물을 조리할 때 끓여도, 방사선, 포르말린 등의 처리에도 파괴되지 않으며, 병원에서 가압 소독법(섭씨 135도에서 20분간 가열)으로 가열하면 전염력이 감소하지만, 360도에서 1시간 가열 후에도 전염력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단백질로 전염되므로 면역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