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병(潛水病, Decompression illness(DCI), 케이슨 병, caisson disease, Caissonkrankheit
잠수병(潛水病, Decompression illness(DCI), 케이슨 병, caisson disease, Caissonkrankheit, bends)
김진국
잠수부가 깊은 물속에서 작업을 하다가 빨리 올라오면 잠수병(潛水病)이라 불리는 케이슨 병(caisson disease, 밴드, bends, Decompression illness(DCI), Caissonkrankheit)에 걸린다. 잠수함의 승무원이나 물밑 깊은 곳에서 일하는 어부들이 걸리기 쉬운 병으로 혈액 순환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것이다.
이 원인은, '기체의 용해도는 압력에 비례한다'는 헨리의 법칙에 따라, 기체는 압력이 높으면 액체 속에 더 많은 양이 녹는다. 그래서 물밑 속으로 들어가면 높은 수압에 의해 폐에서 많은 산소와 질소가 혈액에 녹게 된다. 그런데 물 위로 급히 나오게 되면 혈액에 가해지는 압력이 낮아지므로 혈액에 많이 녹아있던 많은 질소는 기체로 변하여 혈관 속에 공기 방울을 형성하게 된다. 혈관 속에서 공기 방울은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므로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떠오르면 혈액에 조금씩 발생한 공기는 폐에서 밖으로 나가므로 문제가 없다.
물의 깊이 약 10m는 1 기압에 해당하므로 물 밑 50m에서 작업을 하면 6 기압의 압력 하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원래 공기(질소 79%, 산소 20%, 아르곤 0.7%, 이산화탄소 0.03% 등)는 물에 잘 녹는 기체는 아니다. 0℃1 기압에서 물 1ml에 산소가 0.031ml, 질소는 0.016ml밖에 녹지 않는다. 그런데 6 기압이 되면 6배는 녹는 셈이다. 즉, 수 중 50m의 6 기압이라는 고압 조건에서 작업할 때에는 1 기압 대기에서 용해되는 양보다 6배나 되는 산소와 질소가 혈액 속에 용해된다. 혈액 중에 많이 녹아 있는 산소는 세포 내 호흡작용에 의해 세포로 흡수되어 소비되나, 질소는 소비되지 않고 혈액에 용해되어 남아 있다. 사람이 이런 상태의 물밑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물 위로 떠오르면 압력이 낮아지므로 혈액 속에 용해되어 있던 질소는 기체 상태로 변한다. 즉 혈관 속에서 질소의 거품이 생겨 혈액 순환에 장해를 일으켜 척수, 뇌 등의 모세혈관을 막는 질소 색전증(窒素塞栓症, nitrogen embolism, Stickstoff embolie)이 발생된다.
이것을 잠수병(케이슨 병, 밴드)이라 하며 잠수병의 증세는 만성 두통, 관절통, 어지럼증, 난청 등이다.
잠수병에 걸린 환자가 관절에 문제가 있어 뒤뚱 거림에 따라 그 시절(1870 ~ 80년대)에 유행했던 여성들들의 걸음걸이(그리션 밴드, Grecian bend)에 빗대어 잠수병을 밴드(bend)라고도 한다.
이것은 맥주병을 딸 때 거품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맥주는 보리의 맥아 속에 있는 녹말이 당으로 변한 다음 그것이 알코올 발효한 음료이다. 알코올 발효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발효탱크의 입구를 막아 내부 압력을 2 기압 정도로 유지시키므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맥주에 녹아 있다. 이산화탄소는 질소의 55배나 녹는다. 이산화탄소의 용해는 단순한 용해가 아니라 물과 반응하여 탄산이 되기 때문에 많이 녹는 것이다. 그래서 압력이 낮아지면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기체로 변하여 나온다. 즉 맥주병의 뚜껑을 열면 압력이 공기 중의 압력과 같이 1 기압으로 낮아지므로 이산화탄소의 거품이 나오는 것이다. 만일 맥주를 가는 파이프를 통하게 해 놓고 갑자가 압력을 낮추면, 파이프 속에 기체의 거품이 생겨 맥주의 흐름을 방해할 것이다. 즉 케이슨 병의 혈관 속에서 생기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 맥주 파이프 속에서 생길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사는 정맥에 놓으며, 보통 주사를 놓을 때 주사기 내에 공기방울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가볍게 주사기를 치고 주사기를 밀어 올려 공기를 제거한다. 공기가 혈관에 들어가면 사람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적은 양의 공기가 정맥으로 들어가도 우측 심장을 거쳐 폐로 들어가면 공기가 폐포로 증발되어 나가기 때문에 주사를 놓은 부위가 부을지언정 죽지는 않는다.
사실은 주사를 놓을 때 공기방울을 제거하는 것은 주사약의 양을 제대로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다.
잠수병을 케이슨 병(caisson disease)이라 한다.
보통 병명은 그것을 발견한 의사의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데 케이슨(caisson)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방파제 등에 사용되는 속이 빈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케이슨(caisson)을 수중 바닥에 15~40m 깊이로 깊게 흙을 파내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공기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을 사용한다. 케이슨을 깊게 설치해야 할 경우에 먼저 바닷속 지하 흙을 파내고 케이슨을 내려놓으면 내려놓기 전에 토사가 밀려 들어와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먼저 격벽이 있는 케이슨을 바닷속에 내려놓고 그 속에서 바닥의 흙을 파내면서 케이슨이 내려가도록 작업을 하는 공기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에서는 케이슨 속의 작업실에 고압의 공기를 넣어 물이나 토사가 밀려들어오지 않도록 한다. 고압의 공기 속에서 일을 한 작업자가 공기 중에 나오면 갑자기 감압이 되어 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잠수병의 증상이 심하면 고압산소통에 넣어 치료한다. 고압산소통에 넣으면 재 가압으로 기체 상태의 질소가 다시 혈액에 용해되어 정상적으로 혈액순환이 될 수 있으며 산소의 분압이 높아져 체내 조직에 산소공급을 높일 수 있다.
이어서 산소통의 압력을 천천히 낮추어 혈액에 용해된 질소를 서서히 폐로 제거하면 정상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