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체의 색
빛과 물체의 색
김진국
1. 물체의 색
어떤 물체가 특정한 색으로 보인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비칠 때 일부 색의 빛이 물체에 흡수되고 남은 색깔의 빛이 반사되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을 어두운 밤에 보면 검게 보인다.
이것은 붉은 옷에 비치는 빛이 약해 반사되는 붉은색의 빛도 약하므로 붉은색의 빛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색의 빛이 흡수되므로 주위보다 반사되는 빛의 양이 적어 더 검게 보이는 것이다.
*빛의 파장과 진동수(주파수)
파장(1nm=10의-9승 m),
진동수(주파수, 1 THz=10의 12승 Hz)
원적외선 25,000 nm이상, 12 THz 이하
중적외선 3,000∼25,000 nm, 12~100 THz
근적외선 750∼3,000 nm, 100~400 THz
빨강 630~750 nm, 400~484 THz
주황 590~630 nm, 484~508 THz
노랑 570~590 nm, 508~526 THz
초록 495~570 nm, 526~606 THz
파랑 450~495 nm, 606~668 THz
남색 425~450 nm, 668~705 THz
보라 380~425 nm, 705~789 THz
자외선 A(UV-A) 320~400nm, 750~938 THz
자외선 B(UV-B) 280~320nm, 938~1071 THz
자외선 C(UV-C) 100~280nm, 1071~3,000 THz
가. 물질의 빛 흡수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원자나 분자는 여기 상태(들뜬상태)와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받으면 이를 흡수하여 들뜨게 된다. 여기 된 원자나 분자는 흡수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원상태로 돌아간다.
금속을 불꽃 속에 넣으면 원자가 강한 에너지를 받아 에너지를 흡수하였다가 다시 방출하는데 이때 각 금속의 전자 오비탈(orbital, 軌道凾數) 구조에 따라 흡수하는 에너지가 다르고 이에 다른 가시광선을 방출한다. 이것을 금속의 불꽃반응이라 하며 금속의 검출이나 불꽃놀이 등에 이용된다.
그러나 햇빛과 같은 일반적인 빛이 물체에 입사되어 흡수되었을 때 이용되지 않으면 다시 방출되는데 방출되는 빛은 입사한 빛보다 파장이 길게 되어 대부분 열로 방출된다.
우리가 느끼는 빛은 가시광선인데 물질 중에는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물질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분자의 결합 구조에 따라 흡수 파장과 양이 다르다.
물체에 흡수된 대부분의 에너지는 열로 방출되므로 물체의 색은 반사된 빛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색(흡수한 빛의 보색 관계의 색)으로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이 가시광선을 흡수함으로써 색을 나타내는 물질을 색소라 한다.
색소의 빛 흡수는 이중결합이 있는 발색단(chromophore)과 이를 보조하는 조색단(auxochrome)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아조기(-N=N-), 이닐기(>C=C<), 카르보닐기(>C=O), 나이트로기( -NO₂), 티오카보기(=CS), 폴리메틴 사슬(홀수개의 메틴(-CH=) 연쇄 결합)만으로 이루어진 탄화수소, 축합 벤젠 고리만으로 이루어진 탄화수소, 비(非)벤제노이드 방향족 화합물 등이 발색단(chromophore)이며 이들의 이중 결합은 π전자계의 들뜸 에너지가 작아 가시광선대를 흡수대로 만든다.
이중 결합은 한 개의 σ결합과 한 개의 π결합으로 되어 있으며 π결합은 σ결합에 비해 약하다. 그래서 이중결합의 π결합은 긴 파장의 약한 빛에도 들뜨게 되므로 장파장 영역의 빛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번갈아 있는 결합을 공액 이중 결합(conjugated double bond)이라 하고 공액 이중결합계의 π전자는 자유전자성이 크게 되므로 공액 이중결합이 되면 색상이 더욱 강하다.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안토시아닌 등은 공액 이중결합의 발색단을 가지고 있다.
공액 또는 공명 구조를 가지는 방향족의 단일 결합과 이중결합이 번갈아 존재하는 폴리엔 구조에 가시광선이 흡수되면 전자는 π오비탈인 에너지 준위 사이를 기저 상태에서 여기 상태로 된다. 따라서 보색 관계의 색상이 발색된다.
조색단(auxochrome)에는 아민기(-NH₂), 카르복시기(-COOH), 하이드록실기(-OH) 등 이 있으며 이들의 기는 π전자계와 상호 작용하여 전자 이동을 하기 쉽게 하며 보통 고립 전자쌍을 갖거나 알킬기와 같이 전자를 방출한다.
이들 조색단에 있는 극성의 이온화 기는 장파장 빛을 흡수하게 하고 들뜸의 확률을 크게 하며 흡수 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나. 반사된 빛의 색
빛이 물체에 입사되어 반사되면 반사되는 빛은 에너지 손실이 적어 입사한 빛과 거의 같다.
프리즘이나 무지개를 보면 햇빛이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으로 나누어지는 것으로 보아 태양 빛은 전 가시광선을 포함하고 있다.
물체가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모든 색의 빛을 반사하거나 일부가 반사되어 나타난 것이며(예를 들어 빨간색, 녹색, 파란색) 검은색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모든 색의 빛이 흡수되고 반사되는 빛이 없다는 것이다.
빨간 셀로판지를 햇빛에 비추면 양쪽에서 모두 붉게 보인다. 이것은 붉은색 일부를 반사하고 일부를 통과시키며 다른 색의 빛은 모두 흡수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반사된 붉은색 빛이나 투과된 붉은색 빛을 분광기로 조사해 본다면 여러 색이 나타난다. 이것은 반사된 붉은색 빛이나 투과된 붉은색 빛이 여러 색이 합쳐져 붉은색 빛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엽록소는 일부의 빛은 흡수하고 일부의 빛은 반사한다. 엽록소는 녹색으로 보이지만 녹색만 반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파장의 빛을 반사한 것이다.
엽록소는 흡수된 일부의 빛 에너지를 모아 전자를 방출하여 광합성에 이용하지만 여분의 에너지는 열이나 가시광선으로 방출한다. 엽록소에 자외선을 흡수시키면 암적색의 가시광선이 형광으로 방출된다.
2. 색의 수용(감지)과 감각
우리 눈의 망막에는 빛을 수용(감지)하는 시세포가 있는데 간상세포는 어두운 곳에서 명암을 구별하여 물체의 형태를 식별하게 하고 원추세포는 밝은 빛을 수용하고 색을 구별한다. 원추세포는 각각의 파장을 수용하는 수많은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붉은색을 중심으로 수용하는 적원추세포, 녹색을 중심으로 수용하는 녹원추세포, 청색을 중심으로 수용하는 청원추세포가 있다. 이들 세 종류의 시세포는 각각 넓은 파장대를 수용하고(적원추는 적색 황색 녹색 등 넓게 감지) 각 파장대에 따른 발생 전위가 다르다. 세 종류의 시세포가 망막에 맺힌 상의 한 지점을 각각 수용하고 이를 각 시신경이 대뇌에 전달하면 대뇌는 이 세 종류의 시세포가 수용한 것을 종합해서 빛을 느낀다.
예를 들어 보고 있는 물체의 어떤 점이 노란색이면 눈의 망막에 맺힌 상의 노란색 점에 있는 적원추세포와 녹원추세포가 각각 적색과 녹색을 수용(감지)하고 이것을 각 시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면 대뇌는 종합하여 혼합된 빛인 노란색으로 느끼는 것이다.
TV 등의 화면( display)에는 단지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3종류의 픽셀(Pixel, 화소, 화면의 최소 단위)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이들 중에서 가까운 곳에 배열된 픽셀이 동시에 나타내는 색깔의 빛을 혼합하여 모든 색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노란색을 표현할 경우에는 화면의 같은 지점에 배열된 빨간색과 녹색 픽셀(Pixel)이 동시에 빛을 내면 우리 눈의 시세포 들은 각각 이들을 감지하고 시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면 이들 색을 각각으로 받아들인 대뇌는 종합 판단하여 혼합색인 노란색으로 느끼는 것이다. 광원들이 너무 가깝거나 눈과의 거리가 멀어 눈으로 광원 간의 간격을 구분하지 못하면 다른 광원이라도 대뇌는 같은 점에서 나온 빛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3. 자연 현상의 색깔
바닷물의 색깔을 알아보자.
물은 거의 모든 빛을 투과시키지만 적외선은 모두 흡수한다. 이것은 물분자가 적외선의 진동수에 공명하기 때문이다. 적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한 물은 온도가 올라간다. 햇빛이 물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이유이다. 물분자는 또 적외선과 가까운 진동수를 갖는 빨간빛에도 매우 적은 양이 공명하여 빨간빛도 물에 약간 흡수된다.
호수나 바다에서 물의 깊이가 15m 남짓 될 때 빨간빛의 세기는 4분의 1로 줄어들고, 30m 깊이의 물을 통과하는 빨간빛은 매우 적다. 바닷물의 깊이가 얕은 곳에서는 모든 빛, 특히 붉은빛도 많이 들어오므로 붉은빛을 광합성에 많이 사용하는 녹조류가 주로 살고, 물이 깊은 곳에서는 붉은빛은 적게 들어오고 상대적으로 푸른빛이 많이 들어오므로 푸른빛을 광합성에 많이 이용해야 하므로 홍조류가 살고 있다.
물체에 어떤 빛이 흡수되어 없어지면 우리에게 그 빛의 보색인 색으로 보인다. 빨간색의 보색은 푸른빛이 도는 녹색, 즉 청록색이다. 물이 맑고 바닥이 하얀 물질일 때 이런 깊이의 바닷물색은 푸른빛이 도는 녹색, 흔히 우리가 옥빛이라고 이야기하는 빛깔을 낸다.
바다나 호수 물의 빛깔이 푸른빛으로 보이는 것은 하늘의 푸른색이 반사된 것이다.
바다에 살고 있는 조류의 종류와 그 밀도에 따라 바닷물의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홍해는 홍조류가 많아서 붉은 바다가 된 것이다.
하늘색이 푸르게 보이는 것은 대기 중의 분자들이 푸른빛을 강하게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깊은 물속에서는 검게 보이는 게, 산호, 우뭇가사리 등의 바다 생물들이 물 밖에서는 빨갛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깊이에서는 빨강과 검은색은 똑같이 보인다.
식물이 녹색을 나타내는 것은 엽록소 때문이다. 엽록소는 잎의 엽록체 속에 있으며 빛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엽록체에는 엽록소 외에도 카로티노이드 등의 색소가 있다. 그리고 액포에는 플라보노이드계(안토시안, 플라본 등) 색소가 있다. 이와 같이 잎에는 여러 종류의 색소가 있지만 엽록소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녹색을 나타낸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게 되는데 이유는 엽록소는 온도에 민감하므로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파괴된다. 엽록소가 파괴됨에 따라 엽록소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여러 색소가 엽록소가 사라짐에 따라 보이게 되는 것이다.
혈액은 붉은색이며 정맥혈도 검붉은 색이지 파란색은 아니다. 그런데 정맥은 푸르게 보인다. 그 이유는 혈액이 피부 속 혈관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즉 혈액이 피부와 혈관으로 싸여 있기 때문에 피부와 혈관 조직의 빛의 반사, 흡수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얼굴이 살색을 띠는 것은 피부 가까이에 있는 모세혈관의 붉은 혈색이 약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맥은 푸르게 보인다.
대부분의 빛은 피부조직에 반사되는데 짧은 파장의 파란빛은 대부분 바로 반사하지만 긴 파장의 붉은빛은 피부 깊이 더 들어가며 따라서 더 많은 양의 붉은빛이 피부에 흡수되고 일부 반사된다. 결과적으로 정맥 위에 있는 조직으로부터 반사되어 나오는 빛은 붉은빛보다 파란빛을 더 많이 포함하게 되어 정맥이 푸른빛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흥분하거나 부끄러워할 때 얼굴이 푸르게 보이지 않고 붉게 보이는 것은 피부 가까이에 있는 모세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모세혈관은 정맥보다 훨씬 얕은 피부 아래 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에 흥분하여 모세혈관이 확장되면 혈관이 공기 중에 있는 것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빛을 흡수하고 붉은빛만을 약간 반사시키기 때문에 붉게 보인다. 혈관이 0.2cm보다 더 깊이 있다면 빛이 전혀 들어갈 수가 없고 혈관은 보이지 않게 된다.
지구 밖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 천연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이는 보정한 것이다. 지구에서 지구 밖으로 방출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적외선이므로 지구 밖에서 지구를 찍는 것은 적외선 사진이다. 적외선 사진은 칼라가 아니다. 보정한 이 사진을 이용하여 푸른 지구니 하는 것은 조금 우수광스럽다. 우주에서 지구를 육안으로 본다면 지구에서 달을 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물체가 다른 색깔을 띠는 것은 분자들이 어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분자들이 어떤 빛깔을 산란시키는 등 여러 원인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