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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쌀, 밀, 밀가루(도정, 搗精, polishing과 제분, 製粉, milling)

진국 2018. 6. 10. 10:25

                         김진국

1. 쌀(rice), 밀(white), 옥수수(corn, maize) 등 주요 곡류의 생산 지역

인간은 수렵생활에 이어서 정착 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있는 좋은 곡식 종자를 수집하여 경작을 시작하였다. 수천 년을 경작해 오는 동안 더 좋은 돌연변이종을 골라서 경작하는 방법으로 육종을 계속했으며 좋은 종자는 서로 교류하여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곡류가 벼와 밀이다.
이들 곡류 중에서 벼가 밀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밀보다는 벼를 경작하고자 하였다. 벼와 밀은 대부분의 기후에서 자랄 수 있으나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은 다르다. 특히 벼는 기온이 높고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수확량이 높다. 그래서 인도, 동남아,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아프리카 일부 등에서 주로 경작한다.
유럽에서는 북쪽은 물론이고 남쪽인 지중해성 기후도 기온이 낮아 벼(rice) 경작지로는 부적당하여 쌀 생산지역은 많지 않으며 이탈리아 일부 등에서만 생산된다.
밀(white)은 벼보다 최대 단위 생산량은 낮지만 건조하고 낮은 기온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밀이 경작되며 밀도 재배할 수 없는 곳에서는 보리(barley), 귀리(oat, 오트), 쌀보리(裸麥, 나맥, spelt, 스펠트), 더 황폐한 곳에서는 호밀(rye, 라이)을 재배하였던 것이다.
동양에서는 벼를 심지 못하는 밭에는 보리(barley), 조(서숙, Italian Millet 이탈리안 밀렛, 粟 속), 기장(hog millet), 수수(sorghum, 솔검) 등의 곡류를 심었다.
콜럼버스 이전에 교류가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옥수수(corn, maize)가 대표적인 곡물이다.
옥수수의 단위 생산량은 쌀보다 높다. 1알을 심으면 500알을 수확할 수 있으며 심기만 하면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수확이 가능한 것이다. 옥수수는 땅 속의 양분 흡수가 너무나 커 연작이 불가능하여 숲을 불태워 새경작지로 옮겨가는 화전 경작법을 사용하였다. 현대에는 옥수수 사이에 콩을 심어 지기를 유지하기도 한다.
또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감자(potato), 고구마(sweet potato) 등도 생산되었으며, 태평양 섬 등에서는 고구마가 재배되었는데 이들 작물의 단위 생산량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들 작물을 주로 재배하는 지역은 국력을 키울 수 없어 큰 나라로 발전하기 어려웠다. 이들 작물은 저장성이 낮아 군대 양식으로 오래 동안 비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작물을 기근을 면할 수 있는 구황작물(救荒作物)로 많이 이용하였다.

2. 도정(搗精, polishing)과 제분(製粉, milling)

쌀, 보리, 밀, 메밀 등의 곡류는 알갱이를 딱딱한 껍질이 싸고 있으므로 껍질을 벗겨야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곡류를 알곡으로 이용하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쓸어내는 것을 도정(搗精, polishing)이라 하고 곡류의 껍질을 벗겨서 가루로 만드는 것을 제분(製粉, milling)이라 한다. 옛날부터 도정에는 절구 매통(현미기), 디딜방아 등이 사용되었으며 제분에는 맷돌, 절구, 디딜방아 등이 사용되었다. 절구와 디딜방아는 공이를 세게 내리치면 빻아지므로 가루가 되지만 약하게 내리치면 쓿게(마찰이 크게 일어남)되어 껍질을 벗겨 알곡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벼는 겉겨(왕겨, 粗糠 조강, chaff, hull, husk)와 알곡(현미)과의 결합이 약해 도정(搗精)하여 쉽게 겉겨(왕겨, 粗糠 조강, chaff, hull, husk, 호영인 내영과 외형이 수정 후 닫혀 왕겨로 변함)와 알곡으로 분리할 수 있다. 그리고 알곡은 가루 상태보다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도정한 쌀은 바로 밥을 해 먹을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절구나 디딜방아 등을 사람의 힘으로 약하게 찧어 껍질을 벗겨냈으며 이어서 가축의 힘이나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물레방아로 찧었다.
그 후 와트의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공기를 내리치는 방아를 찧었다. 오늘날 동양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롤러식 현미기(rice huller)는 브라질에서 발명되었는데 1885년 독일계 브라질인 공학자 에바리스토 콘라도 엥겔베르크(Evaristo Conrado Engelberg,1853~1932)가 발명한 엥겔베르크 현미기이다.
밀은 겨와 알곡과의 결합이 강하고 알곡은 단단하지 않으므로 도정하여 쉽게 겨와 알곡으로 분리되지 않으며 알곡이 부서져 버린다. 그래서 밀을 빻아(부셔서) 가루로 만들고 껍질을 분리해 낸다. 가루로 만든 곡식은 소화가 잘 되고 다양한 식품으로 가공하기 편리하다. 특히 밀가루는 퍼짐성, 부드러움, 쫄깃쫄깃함 그리고 팽창하는 성질 등이 증가하여 면류 및 빵류 등을 만들 수 있게 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다.
밀 등의 곡류를 빻아(부셔서) 가루로 만들고 껍질을 분리해 내는 것을 제분(製粉, milling)이라 한다.
6000년 전에 이집트에서는 절구를 사용하였고 B.C 400년 경 그리스에서는 물레방아를 사용하였으며 로마시대에는 가축으로 회전시키는 회전 맷돌을 사용했다.
1776년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1786년에 제분기가 만들어졌는데 영국의 사무엘 와이어트(Samuel Wyatt)가 설계하고 매튜 볼튼(Matthew Boulton)이 제작한 증기력 알비온 제분소(Steam powered Albion mill)가 처음 세워졌다.
도정이나 제분하기 전에 석발기(石拔機, stoner, stone picker, 곡류에 섞여있는 작은 돌 등을 골라내는 기기로 곡물 알갱이보다 작은 홈이 파인 벨트에 곡물을 실어 올리면서 진동시키고 바람을 불게 하면 알갱이가 큰고 밀도가 작은 곡물은 마찰력이 적어 떨어져 내리고 알갱이가 작고 밀도가 큰 돌은 마찰력이 커서 홈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므로 계속 올라가 분리되게 된다. 석별기는 밀도, 크기, 부력, 표면 마찰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한다.)를 거쳐 이물질을 선별해 제거한다.

가. 벼의 도정(搗精, polishing)

벼 ·보리 등 곡식의 낱알을 껍질이 있는 전체로는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벼 ·보리 등 곡식 낱알을 찧거나 쓿어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도정(搗精)이라 한다. 순우리말로 '쓿다'라고 하고 영어로는 polishing이라 한다.
옛날에 쌀을 도정하는 방식은 절구나 방아의 호박에 벼를 넣고 공이로 약하게 찧는 것이다. 공기를 세게 내리치면 바닥의 쌀이 부서져 좁쌀이 되지만 약하게 내리치면 공이가 호박 바닥에 쌀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닿으며 공이가 내려가는 동안 벼가 공이 에 부딪히는 마찰로 껍질이 벗겨지고 표면이 깎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다리로 밟는 디딜방아를 많이 이용하였으며 물이 많은 나라나 지역에서는 물로 수차를 돌리고 그 힘으로 공이를 들었다 내리치는 물레방아를 이용하였다.
도정기(搗精機)에는 벼의 왕겨(겉겨, 粗糠 조강, chaff, hull, husk, 호영인 내영과 외영이 수정 후 닫혀 왕겨로 변함)를 벗기는 현미기(玄米機 Rice huller)가 있고, 현미에 있는 겨층(쌀겨(속겨, 米糠, rice bran, 과피 종피와 호분층)을 문질러 깎아서 백미(白米)를 만드는 정미기(精米機, rice-polishing(-cleaning) machine)가 있다.
현미의 껍질인 겨층(속겨, 쌀겨, rice bran)은 과피(씨방이 변한 것), 종피(주피가 변한 것), 호분층 등으로 되어 있다.
현미기는 1885년 독일계 브라질인 공학자 에바리스토 콘라도 엥겔베르크(Evaristo Conrado Engelberg, 1853~1932)가 발명한 엥겔베르크 현미기(Engelberg Rice huller)가 동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반대 방향으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두 개의 롤러(roller, 회전체) 사이에 벼를 통과시켜 왕겨를 벗겨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이 현미기가 1892년에 인천에 들어와 세워졌으며 현미로 도정하여 일본으로 쉽게 가져가기 위한 것이었다. 방앗간에 현미기를 설치해 정미소로 바꾼 것이었다.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이 동력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통(토매)이라는 현미기를 사용하여 매조미(매糙米, 현미)를 만들기도 하였다. 매통은 굵기가 같은 두 개의 큰 둥근 통나무로 맷돌과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두 개의 나무 사이를 톱니같이 만들어 돌릴 때 마찰로 왕겨가 벗겨지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디딜방아로 현미를 쓸어 먹었다.
1861년 영국의 Sampson Moore(1812-1877)가 자동화된 정미기를 처음 제작했으며 현재 동양에서 사용되는 기계화된 정미기(rice-polishing(-cleaning) machine)는 1913년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1) 현미기(玄米機, Rice huller)

현미기는 벼 낱알을 싸고 있는 왕겨(粗糠 조강, chaff, hull, husk)를 벗겨 내는 작용을 한다.
현미기의 공급 장치에서 공급된 벼가 간격이 좁은 두 고무롤러(rubber roller) 사이를 통과하는 동안 고무에 의해 압축하는 힘을 받는 동시에 롤러의 회전 속도 차에 의하여 낱알의 양면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게 되어 비벼지므로 왕겨가 떨어진다.

2) 정미기(精米機, rice-polishing(-cleaning) machine)

벼알을 현미기로 도정하면 왕겨(粗糠 조강, chaff, hull, husk)가 모두 떨어져 완전한 현미가 된다. 현미는 밥도 잘되지 않고 현미밥은 단단하여 먹기 어렵다. 그래서 정미기로 다시 현미의 속겨(쌀겨)를 벗겨 백미로 만든다.
현대에 한국에서 주로 쓰이는 수직형 연삭식 정미기는 곡류를 받아들이는 탱크, 금강숫돌(금강사지석, 金剛砂砥石) 롤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함으로써 도정이 이루어지는 도정부, 겨를 제거하는 장치,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는 순환 승강기의 4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정부에서 곡식 낱알끼리 서로 접촉하면서 압력이 가해지면 마찰에 의해 현미의 표면이 마모되고 속겨는 안쪽 전분층에서 얇은 조각 상태로 벗겨진다. 또 금강 숫돌 롤러는 현미의 표면을 긁어내는 작용을 한다. 도정부를 거친 곡식을 송풍기로 겨를 날려 제거하고 다시 승강기로 되돌린다.
이와 같이 도정부를 한번 지나면 0.5~1% 정도 깎이는데 이을 1분도(分度)라 한다.
도정 정도에 따라 쌀을 분류한다.
완전한 현미는 먹기가 어려우므로 정미기로 5~9 분도(分度) 정도로 정미하여 현미 상품이라고 만든 것이 많다. 완전한 백미는 옛날에는 8분도(分度)였으나 현대는 12분도(分度)로 만든다.

나. 보리의 도정(搗精)

1) 정맥기(精麥機, barley pearling machine)

겉보리(皮麥)의 껍질은 벼와는 달리 매우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 껍질이 쉽게 떨어지지 않으므로 쓸어 껍질을 벗겨 내야 한다.
그래서 보리의 도정에서는 현미기와 같은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리를 도정하여 보리쌀을 얻는다.
옛날에는 물이나 증기로 껍질을 연하게 하여 쓸어내거나 모래를 혼합하여 껍질을 쓸어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리를 도정했으나 1929년경에 금강사지석(金剛砂砥石, 금강사를 접착제로 뭉쳐 만든 숫돌) 롤러를 이용한 정맥기(精麥機)가 발명됨에 따라 연삭 작용으로 보리를 도정한다.

다. 밀의 제분(製粉, milling)

밀은 겨와 알곡과의 결합이 강하여  쉽게 겨와 알곡으로 분리되지 않으며 알곡은 단단하지 않아 알곡이 부서져 버리므로 도정하여 알곡으로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옛날부터 가축이나 풍력, 수력을 이용하여 맷돌을 둘려서 밀을 빻아(부셔서) 가루로 만들어 이용했다.
  제분(製粉, milling)은 쌀, 보리, 밀, 메밀, 옥수수, 콩 등의 곡류를 분쇄하고 외피, 섬유 등을 체로 분리하여 제거한 후 이들 곡류의 가루로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밀을 가루로 분쇄하는 것을 제분이라 하고 있다.
 미국의 올리버 에번스(Oliver Evans, 1755 ~ 1819)는 1783년에 제분소에 곡물 엘리베이터(grain elevator, 상하로 움직이는 회전 벨트에 통을 여러 개 붙여 곡물을 받아 위로 올리는 운반장치)와 호퍼 보이(hopper boy, 그라인딩 다음 과정으로 습기가 많은 가루를 건조대에 펴서 말리는 갈퀴(길이 3.6m)로된 회전장치이며 건조대 바닥이 깔때기 모양으로 경사져 있어 회전 중에 가루가 가운데로 모아져 내려가 체에 의해 분리된다.)를 설치하여 인력의 사용을 줄이는 자동화 제분소(Automated Mill)를 세웠으며 1786년에 특허를 획득했다.
1786년에 영국의 사무엘 와이어트(Samuel Wyatt)가 설계하고 매튜 볼튼(Matthew Boulton)이 제작한 증기력 알비온 제분소(Steam-powered Albion mill)가 처음 세워졌으나 4년 뒤에 불탔다.
제분소에서 맷돌 대신에 롤러(roller)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558년 아고스티노 라멜리(Agostino Ramelli, 이탈리아)이었고 1662년 G.A. 베클러(G.A. Bockler)가 두 개의 롤러를 사용하였으나 실용화되지 못하였으며 1834년 스위스인 야콥 잘츠버거(Jakob Sulzberger)가 실용적인 롤러(roller, 회전체, 두 개의 회전체 사이로 곡식을 통과시킴)를 사용하였다.
금속롤러는 쉽게 마모되어 프리드릭 베그만(Friedrich Wegmann, 스위스)이 도자기 롤러로 대체하였고  1874년 안드라스 메흐워트(András Mechwart, 1834 ~ 1907, 헝가리)는 내마모성 냉각 주조 연삭 롤러를 사용하였고 롤러 고정방식도 개선했다.
19세기초에 정선기(精選機, 정제기, 精製機, 퓨리파이어, purifier, 바람으로 날려 밀도차로 분리)가 발달되어 제분기의 밀기울(wheat bran, 속겨, 붉은색)의 분리 기능이 뛰어나 밀가루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곡류는 그 자체의 조직이 매우 단단하여 소화가 어렵고 조리나 가공용 식품재료로 가치가 낮지만 제분하면 달라진다.  
특히 밀은 제분하면 밀가루의 특별한 성질, 즉 퍼짐성, 부드러움, 쫄깃쫄깃함 그리고 팽창하는 성질 등이 증가하여 면류 및 빵류 등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밀은 도정을 하는 것보다 밀가루로 바로 제분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도정하지 못하고 제분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밀을 제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가루 화 된 곡물은 저장기간이 짧아 자주 제분해야 했으며 또 부피가 커서 저장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쌀과는 달리 조리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밀을 제분하는 공정에는 먼저 정선 과정으로 다른 물질은 분리해 내고 순수한 밀만 고른다. 이어지는 공정은 가수 공정(tempering)으로 밀에 물을 가하여 일정 시간 놓아두면 밀 껍질은 질겨지고, 배유는 부서지기 쉽게 되며, 배아는 롤러(Roller)에서 쉽게 얇게 조각화(Flake)된다.
이어서 롤러(Roller)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롤러 작용을 보면 밀알을 속도가 서로 다르면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2개의 롤러 사이를 통과시키는 것이다.
롤러 공정에는 조쇄 롤러(break roller) 공정과 미세 롤러(Smooth roller) 공정이 있다. 조쇄 롤러 공정은 표면에 홈이 있는 조쇄 롤러(break roller)를 사용하여 밀을 거칠게 부수어 표피와 배유의 작은 입자로 만들고 미세 롤러 공정은 표면이 매끈한 미세 롤러(Smooth roller)로 입자를 더 곱게 부순다.
가수 된 밀을 조쇄 롤러(Break roller) 공정에 통과시키면 으깨어져 밀껍질은 벗겨지고 배유 부분이 분리된다.
이 과정에 의해 작은 입자로 분쇄된 원료는 체(Sifter)를 통과하여 미세한 가루가 되며, 이때 부서지지 않은 큰 입자는 조쇄 롤러(Break roller) 공정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조쇄 롤러(Break roller) 공정 과정을 5~6차례 반복한다. 반복할 때마다 체(Sifter)로 쳐서 미세 배유 가루와 밀기울을 분리한다.
그리고 미세 배유 가루와 같이 체(Sifter)를 통과한 밀 껍질을 바람으로 날리는 정선기(精選機, 정제기, 精製機, 퓨리파이어, purifier)로 날려서 분리한다.
정선기를 거쳐 모아진 미세 배유 가루는 미세 롤러(Smooth roller) 공정에서 다시 더 작게 분쇄하고 체로 친 후 용도에 맞는 가루들을 모아서 블렌딩 시프터(Blending sifter) 공정을 거침으로써 균일한 밀가루가 된다.

라. 메밀의 제분

메밀은 방앗간에서 딱딱한 겉껍질을 제거한 메밀쌀(白麵, 백면)을 밥 등에 이용하거나 메밀쌀을 다시 제분한 메밀가루로 메밀면이나 메밀묵 요리 등에 이용한다. 메밀가루에는 글루텐 성분이 부족하여 밀가루를 섞어야 국수를 만들 수 있다.
옛날에는 겉껍질이 제거되지 않은 메밀이 섞인 메밀쌀을 제분하였으므로 메밀가루가 회색이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겉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메밀쌀로 제분한 메밀가루는 거의 흰색에 가깝다.
시골집에서 메밀을 물에 담가 불려서 맷돌이나 디딜방아로 찧은 다음 물에 풀어 체로 겉껍질을 걸러내고는 끓여서 메밀묵을 만든다. 그 결과 메밀묵에는 체에 걸리지 않은 겉껍질이 섞여 있어 검은 점이 있었다.

3. 쌀과 밀가루
현미와 밀에는 영양소가 고르게 들어 있다.
영양소가 고르게 들어 있는 현미는 밥하기 어렵고 밥도 딱딱하여 먹기 어렵다. 그래서 여러 번 정미기를 거친 백미를 만들어 먹고 있다. 밀가루도 제분기술이 낮은 옛날에는 밀기울(밀의 껍질)이 많이 섞여 붉었다. 섬유소도 많고 영양소도 다양하였다. 현대에는 제분기술이 발달하여 밀가루는 밀의 껍질에 있는 영양소는 대부분 제거되고 녹말이 대부분이다. 백미와 밀가루는 현미와 통밀에 있던 많은 영양소를 버린 것이다. 그 결과 동남아에서는 주로 백미만 먹고는 바이타민 B1이 결핍되어 각기병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백미와 밀가루는 거의 녹말이므로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혈당지수 GI가 높음). 밀가루 음식은 가루로 만들었으므로 백미밥보다 소화흡수가 더 빠르다. 그리고 쌀은 빻아 쌀가루로 만들어도 찰기가 부족하여 국수나 빵을 만들기 어렵다. 다양한 식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로서의 가용성이 낮다. 밀은 도정하여 알곡으로 만들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제분기의 발달로 만들어진 밀가루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성분에 의한 찰기로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가루를 반죽하여 성형하므로 반죽할 때 우유, 달걀, 치즈, 고기, 기름 등을 함께 넣어 풍부한 맛을 내는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이렇게 장점이 많지만 이들 음식에는 필요 이상의 원하지 않는 성분과 양분이 들어 있으며 또 무엇을 첨가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먹는 양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글루텐이 소장의 융털 돌기에 붙어 소화기관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증세가 심한 사람도 있고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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